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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산가옥(敵産家屋)에서 4

철거된다고

적산가옥으로 줄지어 서있다.

그 사이에 큰 길이 나있다.

1960년대.


서울 특별시라고 하지만

우마차(牛馬車)가 어슬렁거리며 오가고

소는 질퍽하게 배설물을 쏟아내고

말이 배설한 똥글똥글한 똥 덩어리가

거리 위에 뒹구는 모습은

낯설지  않았다.


어느날

맞은편 적산가옥이 헐린다고

동네 아낙네들의 입소문을 타고

휘몰아치는 가을바람처럼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아파트.

생소하기 이를 데 없는

건물이 지어진다고.


그리고 몇 달 후

며칠 걸리지 않아

적산가옥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남은 것은 폐허(廢虛)  위에 버려진

진흙과 나무조각들.


드디어 아해들에게  놀이터가 생겼다.

통행금지 사이렌이 울리기 전까지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뛰어노는 아해들로 인해

어른들은  잠자리에 들어갈 수 없었다.


가끔

전기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이광재 아나운서의 열정적인 목소리

"고국에 계신 동포여러분

 이곳은 축구경기가 벌어지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경기장입니다."


시차(時差)관계로

자정이 가까와오는 시간에

온동네 사람들은 귀를 기울이며

숨죽이고 있고

무너진 건축쓰레기 더미 위에선

아이들이 지칠 줄 모른 채

뛰어논다.

그렇게 밤이 지나고

새벽이 동틀 때 즈음

"아랫집도 철거된다고?

  다들 어디로 간다코 하나?"

여기저기 철거소식이 들려온다.


그 때

충격적인 소식이 들렸다.

와우(臥牛) 아파트가 붕괴되었다는.


"그러면 그렇지

  어찌 건물을 높이 지어

 사람을 살게하려고 하나?

  미친  짓이여

사람을  모두 죽이려는 짓이여!"


적산가옥에 살던 아해들은

영문도 모른 채

박수치며 환호했다,


"그럼 우리 이대로 이곳에 살 수 있능겨!"

"여기 떠나지 마. 얼마나 이곳이 좋은데!"


통나무로 이루어진

매일 뻐걱거리는 계단을 오르내리락 하는 것도

아해들에겐 즐거운 놀이였으리라.


밤이 깊어지면

장에서는 쥐가족들의 운동회가  열리고

초저녁즈음에

전구 앞에서 머리를 들이대고 이를 잡고

종종 빈대 잡느라

세간살이 모두 집밖으로 내놓고

빈대약 치고

하루종일 바깥에서 파르르 떨던 그집.


하지만

적산가옥에서의 추억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6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그려진다.


"얘들아

 우리 구리와 신주 주으러 철로길로 가자"


소위 땡땡이를 밥 먹듯이 하던

코찔찌리의 우렁찬 목소리가

지금도 귓전을 쩌렁쩌렁하게 울린다.


적산가옥 다 철거되고

아파트 단지로 채워버려

추억으로만 남은 지금.


이  친구들

살아있을까?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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