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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산가옥(敵産家屋)에서 (6)

다디미와 창호 그리고 大騷動

적산가옥은 일본식 유곽이다.

그러니 일본에 가면 지금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형태의 가옥이다.

특히 일본 유후인(由布院)을 다니다보면

눈에 들어오는 건물들  대부분이

바로 내가 말하는 적산가옥  형태이다.


일본의 따뜻한 기후에 맞게 지어진 건물을

한국에 그대로 옮겨놓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방바닥은 죄다 다다미(たたみ)로,

문은 창호지로 되어있다.

이런 연고로 일년에 두번 봄가을로

다다미와 창호지를 교체하는 것이 일상이다.


사실 가구마다 방 한칸이 전부이다.

방한칸이 거실, 침실, 주방, 그리고 공부방역할을 하고,

다락이 있는 집은 이불 등을 넣을 수 있어서

조금 여유를 갖는다.

그렇다고 부모, 오남매 그리고 이북에서 피난온

아버지와 어머니 조카까지 9식구가

생활하면서 좁다는 생각을

한번도 해본적이 없었다.


왜? 다들 이렇게 살고 있으니까?

후에 중학교 영어시간에

혼란스러움을  겪을 때가 있었다.

거실(living room), 침실(bedroom), 주방(kitchen), 화장실(bathroom and toilet)등의 구분은

나를 매우 힘들게 했다.

"무슨 방이 저리 많은가?"


https://naver.me/F8bzPc7i

어쨋든 우리는 간편하게 살아가는 것이 좋았다.

비록 일년에 두번씩

얼마 되지 않는 세간살이를

모두 집바깥으로 옮긴다.

그리고 다다미를 교체하거나

한지(韓紙)로 된 창호지를 교체한다.

창호지를 교체할 때에는

직접 풀을 쑤어 사용한다.


이뿐인가?

빈데와 벼룩을 잡는 일도

일년에 두번은 해야할 거사(巨事)이다.  

이때도

집안 세간살이를 모두 집바깥으로 이동해서 농약(農藥)수준의 강한 약을 뿌린다.

하루종일 피난을 나갔다가

저녁즈음에 귀가를 한다.

그러면 조용히 그리고 편안한 하룻밤을 지낸다.


이것으로 거사가 성공했을까?


약 1,2개월 지나면

빈대와 벼룩이 다시 끓기 시작한다.

그이유는 이렇다.

우리집에서 도망가지 못하고

종말을 맞이한 빈데와 벼룩도

상당수 시신(屍身)으로 발견된다.

하지만 그보다 많은 빈데와 벼룩은

민족의 대이동을 한다.

옆집으로 심지어는 이웃마을로 이동을 한다.

그러면 옆집과 이웃마을에서도

빈데와 벼룩소탕작전이 실시된다.

시차(時差)를 두고.


그러면 1,2개월 뒤

살아남은 생존자(生存者)들은

다시 우리집으로 복귀하는 이동을

서서히 시작한다.


결국 생존경쟁(survival game)에서

살아남은 자들과의 동거(同居)가

다시 시작된다.


이런 일들이 매년 반복되는 것이 적산가옥에서의 삶이다.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아파트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

현실적으로 일상이었던 그때 그 시절.


나는 5-60년전의 일을

어찌 이리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을까?

학교에서 배운 공부는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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