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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불꽃을 밝히는 작은사람들이 우리곁에있다(3)

내자식보다 하루 더 살았으면

"이런 일이

나에게 생길 줄을

꿈에도 생각조차 한 적이 없었어요!!"


하루에도 이런 절규(絶叫,shrieking) 

혼심(魂心)을 다해 뿜어대는 분들이

어찌 한 두사람일까?


세월호나 이태원에서 일어난

황당한 사건이 아니더라도

개개인에게 일어난 수많은 사건 사고의 대부분이

예기치않은 일들이다.


"뭐 암(癌)이라구요?"

"부도(不渡)났다구요?"  

"교통사고로 떠나셨다구요?"


최근에는 아주 건강했던 분이

"심장마비(心腸痲痺)"라는 이름으로

 돌연사(突然死,sudden cardiac death)했다는 소식이 들려와

나의 심장 마저 뛰고있는지 가슴조아리게 한다.


"내가 이곳에서 태어나 70평생을 살았는데

 갑자기 떠나라고 하네요.

 재개발(再發)인지 뭔지 하는 일 때문에

 나는 이 지역을 떠나야 한대요.

 그러나저러나 이  알량한 보증금 빼서

 어디로 가야하나요?

 참으로 막막하네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범하고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쳐들어오고

북한이 남한을 기습공격한 전시(戰時)도 아닌데.


서민(庶民)들의 삶은

아주 기초적인 생계(生計)와 주거문제(住居問題)에서부터  흔들려

황망한 현실을 맞이하고 있다.


지금 일어나 의사들의 파업(破業)

몇년만에 연봉이 4억(億)이라고 하니

"아니요 보세요 1억(億)밖에 안되요."라는 말은

진짜 남의 나라이야기이다.

한쪽에서는 긴급수혈이나 수술을 받아야하는데

의사가 없다고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輾轉)해아 하는 일도 황당하기 그지없다.


수도 휠체어에 부착된 제동장치의 고장

이러한 일들도 쉽지않은 일인데

"자폐(自廢, autism)라구요?"하면서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은 젊은 어머니는

누렇게 변한 하늘을 쳐다보며

실성(失性)한 듯 보였다


그녀는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도대체 내가 무슨 죄를 지었습니까?"

그녀는 "자폐"라는 단어 한마디에

인생 자체가 무너짐을 느꼈다.

"혹 진단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우리 결혼이 잘못된 것일까?

 내 팔자가 본래 이렇게 정해진 것일까?"


그녀는 아직 시작도 않은 자녀양육에 대해

길고 긴 스케줄을 그려보기 시작했다.

자신의 삶의 계획도 한번도 해보지 않던

그녀는 아주 세밀하고 치밀하게

기획하고 작은 부분에 대한 지출에대해

계산도 해냈다.

과연 내능력으로 감당할 수 있을까?


게다가 아이를 둘러싼 환경 속에서

일어날 일들

특히 혐오 배제 소외에 대해서

"장애""특수"란 이름 하에 야기될 수많은 일들을

상상 속에서 끄집어내어

자신도 모르게 자학(自虐)이란 이름 안으로

끌어담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고통의 나래를 타고 이리저리 흘러가다가

흔하지않은 전봇대 앞에서

급브레이크를 꾸욱하고 밟았다.


내앞에 한 아이가 서있었다.

마치 수년간 한번더 가보지 않은 타향(他鄕)을

다녀온 듯 한데

나는 멈춰진 시간 앞에 그대로 서 있었다


이런 나의 상념(詳念)과 번민(煩憫)과는

아무상관 없다는 듯이

내아이는  물끄러미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수년이 흘렀다.

내 아이는 초등학교 5학년이 되어있다.

매년 담임선생님에게 내아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부탁하는 일이 번거롭지만

그래도 일반아동들 사이에서

하루하루 버텨내는 모습에 나는 감동한다.


캘리그라피스트의 전시된 작품

더욱 놀라운 것은

선생님들에게 내아이에 대해 설명하는 수준과

그 내용이 점차 뼈대를 갖추고

살이 입혀져 그럴듯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덧 선생님들도 놀랄 정도로

해박하고 전문적일 뿐 아니라

설득력까지 갖추고 있다는 사실에

나 자신도 깊이 놀라고 있다..

게다가 다른 자폐 자녀를 둔 학부형들도

나에게 다가와 질문을 하고

나는 논리를 갖추고 설명하고 있다는 사실에

종종 감탄하고 있다.


나는 서서히 나의 역할에 대해

자각(自覺)하고 있었다.

내가 당황했던 순간에서부터

지금까지 경험했던 양육경험을

나처럼 당황할 것 같은 분들과 나누어야겠다는 것을.


시간이 흘러 내년이면 우리아이

고등학교 졸업하고 사회로 나가게된다.

늘 실패의 반복같아 보이고

그다지 성공하지 못한 듯 보이지만

실제로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경험을 지금까지 해왔고

또 내일부터 더 낯선  세상이 나를  기다리겠지만

나는 실패하거나 후회하는 생이 아니라

도전하며 또 도전하며

나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나누며

어둠이 아니라 오늘보다 나은

밝은 내일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련다.


"어머 오셨어요. 여기 앉으세요.

 한번 이야기 해 보세요"


또 하루가 시작된다.

자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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