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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불꽃을 밝히는 작은사람들이 우리곁에 있다(4)

미리 일어났으면 좋았을텐데

약30년전 이야기이다

광장동에서 버스를 탔다.

목발을 짚은 내가 버스에 오르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빈자리를 스캔(scanning)하는 일이다.


그날오후는 더웠다.

버스에  올라탔더니 

빈자리는 찾아볼 수 없고

한복을 입고 곡괭이를 들고 있는

고령(高齡)의 농부(農夫)  세분이

버스 손잡이를 잡고 서 계셨다.

그 앞에는

건장한 체격(體格)의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남학생 여섯이 서로의 무릎에 올라탄 채

세좌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들은 목발을 짚은 나를 보고서도

자리에서 일어날 줄 몰랐다.


나는 이들을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너희들 계속 이렇게 앉아있을꺼야

  어르신들을 보고도!!!"


내가 외친 성난 목소리를 듣고서는

"거봐 아까 일어나자고 했잖아!"라고

수근거리며 학생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때 농부어르신들은 큰소리를 친 나를

뒤돌아보았다.

나는 말씀드렸다.

"어르신 자리에 앉으세요."

농부 어르신들은 나를 보면서

 "아니 불편한 젊은이가  앉아야지"하면서

자리를 나에게 양보하려고 한다.

나는 강한 어조로 말했다.

"저 때문이 아니고

 어르신들을 위해

 학생들을 나무란 것입니다.

 어르신들께서  자리에 앉으세요."

나의 강권때문에 어르신들은

마지못해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앞에 앉았던

40대 중년 남자가  일어서면서

머쓱한 표정으로

나에게 자리를 양보한다

나는 "고맙습니다!"하고 자리를 잡았다.

서울 1호선 111편성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그제서야 자리에서 일어난 학생들을 향해서

말했다

"학생들 고맙네 자리를 양보해주어서."

학생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머리를 긁으며

"아닙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대답했다.


이때 일을 떠올리면서

오늘 같은 상황에서는 학생들이 어떻게 반응할까?


나는 학생들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을 향해서 침묵하는 기성세대가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미 학교 등 공공기관은

법적으로 금연구역(禁煙區域)으로

지정되어 있다.

그러나 20년전만해도 그렇지 않았다.


나는 전동휠체어를 타고

초등학교 교정을 둘러보고 있었다.

이 때 나의 눈살을 지푸리게 하는 행동들이

눈에 띄였다.


학교 그것도 초등학교 내 벤치에서

중학교 3학년 정도되는 남녀 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나는 전동휠체어를 타고

그들 앞에 다가갔다.

그러자 이들이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설마 우리들에게 뭐라고 하겠어?" 라는

표정으로.


나는 얼굴에 미소를 가득담은 채

이들에게 말을 건넸다.

"담배 맛있지요?

 그래 한참 피우고 싶을거예요."

생뚝맞은 나의 이 한마디에

친구들은  담배를 손에 들고

잠시 멈췄다.


"왜 계속 담배를 피어도 되요.  

  많이 펴도 상관없어요.

 흠.. 여러분은 굉장히

  의미있는 일을 하는거예요."

아니 이게 무슨 말인가?


가끔 어른들이 지나가면

이런 말을 들었겠지

"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들이

 버릇도 없이

 어른들 앞에서 담배를 피워?

  이놈들 빨리 담배 안끊어!"

소리소리 지르며 핏대를 올리는

어른들의 명령조에

아이들은 오히려 대들기 십상이었다.

"우리가 담배 피는데

 뭐 보태준 것 있어요

 꼰대들이 너무 기분나뻐!"

아마 이런 말을 내 뱉고는

자리를 뜨곤했을 것이다.


그래도 이런 반응은 점잖은 것일지 모른다.

최근에는 아이들의 반응이

폭력적으로 달려든다고 하여

어른들은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수군수군거리며 빠른 발걸음으로

자리를 피하곤 한다.


그런데 나에게서 나오는 말은

위의 어른들과는

사뭇 다르게 들렸나보다.

"담배 끊어!"가 아니라

"담배 계속 피우세요."라고

도리어 권장했으니 말이다.


아이들은 나를 빤히 쳐다 보고 있었다.

"흠 담배를 피게 되면,

 우선 국가에 세금을 내는 것이지요

 특히 담배값에는 교육세가 포함되어 있단다.

그러니 그대들이 교육을 받는데

 크게 일조하는 거에요."


이젠 함께 자리를 했던 여자친구들이

남자친구들의 옆구리를 쿡쿡 찌른다.

"야 담배 숨겨.. 담배 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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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귀에 이 친구들이 속삭이며 하는 소리가

너무 또렷하게 들려온다.

"담배를 계속 피워야 하는 이유가

또 있어요.

 담배를 계속 피우면

각종 암(癌)에 걸리지요.

 폐암 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암(Multiple cancers)에 걸려요.

의사선생님들이 이러한 암에 걸린 사람들을 진료하면서

많은 임상사례들이 수집되겠지요.

이를 통해서 다른 암을 퇴치하는데 크게 기여하겠지요.

그대들이 담배를 계속 피면

이런 기여를 하게 되는 거에요.

이는 한국 뿐 아니라

인류 건강 증진에 이바지하는 거에요."


너무나 다소곳하게  그리고 나긋나긋하게

나의 입술에서 담배를 펴야하는 이유가

논리적이고 설득력있게 설파(說破)되고 있었다.


어린친구들은 벤치에서 일어나기는 커녕

그자리에서 꼼짝못하고 앉아있었다.


나는 질문을 했다.

"어때요

 내 말이 일리가 있지요?"


"사실 한가지

 더 큰 이유가 있어요."

그러자 어린친구들은 "또?" 라고 말하며

더욱 눈동자가 커졌다.


"우리나라 인구가 많지요.

 담배를 피게 되면 수명이 단축되니까

 인구조절에도 큰 도움이 될꺼에요.

 이것은 순전히 내 생각이에요.

 그러니 선택은

 학생들이 알아서 하세요"


그리고 나는 조심스럽게 그 자리를 떠나고 있었다.


그리곤 흘깃 뒤를 훔쳐보았다.


어린친구들은 담배를 다 끄고

담배곽에 넣어서

일제히 자리를 떠났다,.


그 다음에 이 친구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나는 잘 모른다.

다만 내 이야기를

끝까지 청해 준

어린친구들이 고마울따름이다.


그래서 나는 아직 희망을 갖는다.

어둡다 어둡다고 하지만

아직 젊은친구들과 대화를 해보면

우리 미래는 희망이 있다.

비록 아주 작은 희망이지만.


그러나 훗날에

큰 희망으로 변화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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