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내버려 두세요(5)

엄마의 전화 그리고 영숙

선생님은 영숙이에게 말씀하셨다

"우선 영숙이가 어느 수준에 해당하는지 체크해봐야 해. 그래야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을거야."


영숙이는 처음 듣는 말이다.

'수준별 학습?'


잠시 후 식당에서 만난 적이 있는 선생님이 영숙이를 발견하고 환하게 웃는다.

"이제 시작할 수 있겠어요? 공부를?"


그리고 이틀이 지났다.

영숙이는 자신의 수준에 대해 처음 알았다.

학년은 중학교 2학년이지만 실질적인 수준은 4~5학년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선생님과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면서 영숙이의 공부는 시작되었다.


참으로 신기한 것은 상담 선생님 이외에 어느 누구도 내 팔에 남은 멍과 상처에 대해 묻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하긴 간호선생님 조차도 멍과 상처를 치료하실 뿐, "왜? 어떻게? 언제부터? 누가?.."라는 질문을 하지 않으셨다.


공부는 쉬웠다.

이렇게까지 쉬울 수 있을까 할 정도로 어렵지 않았다.

가끔 학습 선생님이 내준 시험문제를 100점 맞는 일이 반복될 정도니까.


어느 덧

영숙이는 "나 백점 맞았어요!"하면서 소리치며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전화가 왔다.

엄마였다.

영숙이는 엄마 목소리가 그리웠었다.

쉼터 생활에 적응하느라 잠시 잊었을 뿐이다.


냉큼 달려가서 전화기를 들었다.

"엄마야!"


이때 다짜고짜 흥분한 목소리가 전화기를 통해 영숙이의 귓전을 두드렸다.

"그래 잘 있냐?

집안을 쑥대밭 만들어놓고.

너만 가만히 참고 있었으면...

너만 잘하면 집 안이 조용했을텐데..."


영숙이는 아무 말없이 전화기를 들고 있었다.


가끔 어깨를 들썩이면서. ..

전화기가 영숙이의 귀에서 가까와졌다가 잠시 멀어졌다를 반복하면서...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