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내버려 두세요(6)

엄마의 책임전가와 무기력한 영숙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칭밖에는 거친 바람에 나뭇잎이 파드득 소리를 내며 몸부림치며 흔들리고 있었다.


전화기는 테이블 위에 놓여져 있었다.

여전히 전화기를 통해서 거친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너 내말 듣고 있니?

야 너... 왜 대답이 없어?"


영숙이는 문밖으로 뛰어나갔다.


잠시후 "뚜... 뚜... 뚜..."소리만이 외롭게 공중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영숙이는 어디로 가야할 지 몰랐다.

쉼터 마당에 홀로 서 있는 소나무에 기대어 서서

발등을 오고가는 낙엽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미 얼굴은 눈물범벅이 되어 눈에 비치는 모든 것이 윤곽을 잃어버렸다.


"내가 잘못했나봐.

그런데 내가 무엇을 잘 못했지?

내가..."


어둑어둑 어둠이 발끄트머리까지 다가왔을 때,

누군가가 영숙이의 어깨를 안고 있었다.


"가만히 있어."

상담 선생님의 음성이었다.

"아까부터 네 옆에 있었어.

몰랐지?"


영숙이는 선생님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잠시 참아왔던 눈물을 왈칵 쏟아내고 말았다.

선생님의 품은 따뜻했다.


며칠동안 영숙이는 무엇을 해야할 지 몰랐다.

공부도 손에 잡히지 않고, '언니 언니!'하고 부르는 동생들의 치근거림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너만 잘 했으면...

너만 잘 했으면..."


여전히 전화기를 통해 들려지는 그 말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아마 몇차례 전화가 또 왔지만, 영숙이는 받지 않았다.


쉼터 원장님을 만났다.

하루에 한번씩 오고가며 인사를 드렸었었다.


상담 선생님과 함께 원장님은 영숙이의 얼굴을 보면서 말했다.

"이젠 멍자국도 거의 사라졌구나.

마음의 멍도 사라져야할텐데.

우리 함께 무엇을 하면 좋을까?"


영숙이는 고개를 들고 원장님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엄마가... 엄마가...

내가 잘못했대요.

내가 잘 못해서 집안이 엉망진창 되었대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