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내버려 두세요(7)

혼란스러워 하는 영숙

영숙이는 온 몸을 움츠리고 어깨를 조아렸다.


"진짜 엄마 말대로

내가 더 많이 맞으며 견뎌내야 했나요?"


상담 선생님은 영숙이를 가만히 안았다.


둥글고 큰 달이 그날 밤하늘을 환히 밝히고 있었다.

밤이 깊을수록 하늘은 더욱 밝았다.

가끔 흘러가는 구름 사이로 달빛은 어둠을 쉬이 몰아내듯이 쏟아졌다.


영숙이는 이불을 끌어올려 얼굴까지 덮었다.

'오늘따라 달님은 유난히도 밝은 이유가 무엇일까?'


밤이 길었다.

밤이 화사하게 짙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밤이 짙었다.


영숙이는 자신이 더 작아지고 연한 풀과 같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지금 미숙, 현자, 영명, 영초 얘들은 깊은 잠을 자고 있겠지?

얘들은 나를 기억하기는 할까?'


같은 교실에서 스쳐지나갔던 아이들의 얼굴이 너무 선명하게 다가온다.


다시 날이 밝아왔다.

터덜터덜 책을 들고 원장님 사무실로 찾아갔다.

"잠은 잘 잤니?"


영숙이는 "저 책을 읽으려고 왔어요."라고 말하면서 원장님 사무실 책장에 가득 꽂혀있는 책들을 보았다.


"그래 편하게 ..."


도서실에는 이보다 더 많은 책들이 있다.

그러나 누군가 든든하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곳에서 책을 읽고싶다는 마음을 영숙이는 가졌다.


이 책 저 책을 들었다가 놓고, 꺼냈다가는 다시 제자리에 꽂았다.

'무슨 책을 읽어야할까?'


잠시후 책 한권을 선택했다.

그리고 읽기 시작했다.

영숙이는 자신도 모르게 책장을 쉴새없이 두손으로 넘기고 있었다.

또 다른 책.

또 다른 책.


페이지에 가득한 글씨는 보이지 않았다.

한 페이지에 시선이 머물기도 전에 오른 손가락은 책장을 아주 빠른 속도로 넘기고 있었다.


'달그락 탁 달그락 탁 탁 탁...'

영숙이의 발은 쉬임없이 바닥을 두드리고 있다. 리듬도 매우 불규칙하게.


원장님은 유심히 영숙이의 몸짓을 살피고 있었다.

"영숙아 책은 잘 읽고 있니?"


영숙이는 잠시 멈추어 원장님을 바라본다.

"네"

아주 짧게 대답했다.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이 있으면 노트에 옮겨적으면 도움이 될꺼야."

원장님은 슬며시 펜과 노트를 가져다준다.


영숙이는 펜을 들었다.

펜을 잡은 손이 멈추질 않는다.

글자를 하나도 쓸 수가 없다.

"왜 이러지 나는?"


갑자기 영숙이는 책상에서 일어난다.

"난 못하겠어요."


영숙이는 원장실을 빠져나와 운동장으로 빠른 발걸음으로 뛰어갔다.


한바퀴

또 한바퀴.

그리고 또 한바퀴...


영숙이는 자신의 몸이 가만히 있지 못하고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음을 느꼈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 그래!"


"내가 더 맞아야하나? 엄마는 왜?"


"맞아 내가 맞을짓을 했나봐. 그런데 뭐지?"


영숙이는 엄마가 한 말에 집착하고 있었다.

상담 선생님은 영숙이를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


"영숙이가 혼란스러워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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