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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수상태(昏睡狀態)

깨어나지 말아라

하루가 멀다하고

싸운다.

"나만 옳고 너는 늘 틀렸어!"


애들의 싸움이 아니다

어른들의 싸움이다.


어렸을 때

윗동네와 아랫마을 아이들이

서로 다툰 적이 있었다.


이유는

단지 사는 곳이 다르다는 것으로.


하지만

아침이 되면

윗동네 아이들과 아랫마을 아이들은

서로 손을 잡고

학교로 달려갔다.


언제 우리가 다투었는가!


하지만

언론에 등장하는 어른들은

아이들의 다툼과 다르다.

어린이들의 다툼 보다 못하다.


이들의 싸움을 보노라면

구경하는 사람들도

이미 외면한 지 오래다.


결국

관중도 없는 놀이터에서

끝없는 싸움을 한다.


명분도 상실한 채.


싸움이 정도를 넘어서면

이성을 잃는다.

상대방의 얼굴을 보지도 않고

팔만 공중에서 허우적 거린다.

맞은 사람 아무도 없고

단지 때리는 사람만 가득한.


멀리서 바라보면

모두 제정신이 아니다.

잠결에 허우적거리는

몽유병적(夢遊病的) 증상이다.


아니

혼수상태에 빠졌는가?

그렇다면 제발

깨어나지 말아라

계속해서 그대로 있으라.


잠시 후

"밥 먹어야지?

여기 약도 있으니 잊지마."


잠결에 들리는 어머니의 음성.

순간 나는

경기를 겪을 뻔 했다.


내가 혼수상태였나.

아하!! 깨어나지 말껄.


한번 뜬 눈은

다시 감겨지지 않았다.


깨어났다는 현실이

이렇게 괴로웠던 적은 없었다.


나는.

다시 혼미해진 세상을

살아가야 했다.


정신을 차려야하나?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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