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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그래서 더 뜨거운

그래도 가을이?

모임이 끝났다.

나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복(伏)날이라고 했나?


삼계탕(蔘鷄湯)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마치 급한 일이 있는 듯

나는 건물 바깥으로 나왔다.


갈색 선글라스를 벗으니

지글지글 타고 있는 태양이

내 머리 위에 있다.

휠체어 바퀴가 맞닿은 아스팔트는

굽어져 휘어지기 직전이다.


삐---ㄱ

자동키로

자동차 문을 열었다.

나의 육중한 몸을 옮겨

휠체어에서 차 안으로

옮겨 놓았다.


그리고 아무 생각도 없이

핸들을 잡았다.


"아---- 뜨거"


나는 화상(火傷)을 입는 줄 알았다.

차 안은

그동안 쏟아진 태양열로

한증막(汗蒸幕)을 능가했다.


순간

붉게 익은 훈제오리 신세가

바로 "나자신"이라는 생각을 했다.


"어쩌지"


붉게 타오르는 태양 아래에서

나는

지극히 작아져버렸다.


"매우 뜨겁죠? 어후. 정말 뜨겁네요."


푸른 파라솔 아래에서

양산을 쓰고 있는 한여인이

나를 바라보며 한마디 던진다.


그리고서는

그녀는 양산을 접고

다시 건물 안으로 종적을 감춘다.


나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은 채

차의 시동을 걸었다.


에어컨아 빨리 작동해라.


속으로 얼마나 많이 외쳤는지 모른다.


차는 고속도로를 향해 달려갔다.


인터체인지를 지난지 30분이나 되었을까?


나는

이미 시원한 공간에 갇혀

방금 전 뜨거움을 망각하고 있었다.


집에 거의 도착했을 때

나는 집에 전화를 걸었다.


"너무 더워

더워서 죽는 줄 알았어"


에어컨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Demi Lovato의

"Cool for the Summer got my mind on your body"가

카오디오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곧 가을이 오겠지?


잠시도 참을 수 없는 것은

뜨거운 태양이 아니라

순간 변덕에 휩쓸리는 자아(自我)라는 사실을

반성(反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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