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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희에게 말한다(8)

1인칭으로 전개하는 예수의 이야기

<무르익은 시간>

때가 찼다.

길을 오고가는 사람들의 눈에는

초점이 없었다.

종교지도자들을 보아도

헤롯 주변을 떠도는 사람들을 보아도

세금을 걷는 사람들이나

길거리나 곳곳마다

치료받지 못하고 집을 떠나

방황하는 무리들에게서

생동감이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도

실오라기 같은 희망은 젊은이들에게 있었다.


이들은

이스라엘의 독립을 기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메시아를

간절히 대망(待望)하고 있었다.


나도 서른살.

이제

그 때가 가까이 오고 있다.


더 희망적인 사실은

나보다 6개월 먼저 태어난 세례요한이

세상을 일깨우고 있었다.

돌이키라.

때가 찼으니

하나님 나라가 가까이왔다!

<결정적 시간과 세례요한>

ὅτι Πεπλήρωται(πληρόω) ὁ καιρὸς)”

The time has come. The definite time is at hand. The time is fulfilled.

때가 가까이 왔다.

때가 찼다.


그렇다.

인류 역사의 절정이 되는

그 때가 왔다.

어찌 보면

내가 온 것은

놀라운 것은 아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예언된 일이다.

다만

그 때가 바로

지금이라는 것일 뿐.


나는 예언되었던 일을

성취한 것 뿐이다

그 때가 이젠 피할 수 없는

오늘이 된 것이다.


세례 요한은 벌써

이를 온 땅에 선포하고 있다.

요한이

사람들을 향해서 뱉는 말은

결코 "복 받으라"는 수준의 내용이 아니다.

그는

과격한 것 같아 보이지만

매우 부드러운 남자이다.


낙타 털 옷에

메뚜기와 석청을 먹는

그의 옷차림과 행태는

수수하다 못해

지극히 자연스럽다.


그래서 그는

부드럽게 말한다.

"도끼가

이미 나무 뿌리에 놓였으니,

좋은 열매를 맺지 않는 나무는

다 찍혀서,

불 속에 던져진다."


그렇다.

시험 준비를 잘 한 사람에게

시험 당일은 축제의 날이다.

그렇지 않은 자에게만

심판의 날로 여겨질 뿐이다.


요한은

축제일(Festival Day)을 선포한다.


하나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그 축제에 참여하자고.


이 얼마나 기쁘고 아름다운 말인가?


"독사의 자식들아,

누가 너희에게 닥쳐올

징벌을 피하라고 일러주더냐?

회개에 알맞는 열매를 맺어라."


나즈막하고 온유한 표정에서 터져 나오는

친절한 음성이

누구에게는 거칠고

귀를 막고 싶을 정도로

소음으로 다가온다.


나는 요한을 보면서

천국에서 흘러나오는 찬송을 듣는다.


하나님 나라에서 초대하는 초청을 이런 방식으로도 전개하는구나.


결국

요한의 무대는 뒤로 물러갈 것이다.

그의 역할은

메시아를

무대 중심으로 올리는 것이니까.


나는 요한을 만나러 나갈 것이다.

<서른을 맞이한 나, 예수>

내 나이 서른 살, 내 눈에 보이는

이스라엘은 어떠한가?

정신을 잃어버린 세대가

시대를 주도하고 있었다.

산헤드린 공의회 문자주의에 빠진 사람들

이들은 역사를 공부하지 않는다.

이미 나라를 잃어버린 지 북 이스라엘은 800년 남 유다는 600년이 되었다.

왜 그랬을까?

이들은 과거집착형이요, 수구지향형이다.

미래를 보지 않는다.


인류의 절반인 여성에 대하여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부여하지 않았다.

미래세대의 주역인

어린아이가 가진 무한한 가치에 대하여

망각하고 있었다.

역사의 허리가 되는 청년들에게

오늘과 미래에 대하여 논의하고

정책을 개발하는데 참여하고

의견을 개진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사회를 주도하는 세대에 물들어

일부 청년들은 이들보다

더 수구적이고 기회주의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다시 말하면

물질을 모으거나

물질중심사고에 깊이 빠진

무기력한 청년들이 많았다.


일부 청년들은

기득권 세력에 저항하여역사

주변을 떠돌고 있었다.


요셉과 마리아에게서 태어난

나의 형제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나는 젊다.

75세에 집을 떠난 아브라함과 다르고

80에 사역을 시작한 모세와 다르다.


나보다 세상에 먼저 왔다 간 공자는

"내 나이 삼십에 두 발로 섰다 (三十而立)."이라고 했다.


그래 바로 지금이

바로 그 때이다.

때가 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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