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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떠나서

세상 살만한 곳인가?

비행기에 몸을 싣기 위해

공항에 도착했다.


"부칠 짐(Burden)이 있나요?"


늘상 그렇듯이 멋진 제복을

갖추어 입은 그들은.

얼굴 표정은 웃으면서 밝은 표정이나

입술을 통해서 흘러나오는 어조(語調)는

영혼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상투적이다.


"내가 곧 짐이요!"

프런트에 있는 그분은

똥그렇게 눈을 뜨면서 나를 쳐다봤다.

"네 아니? "

"내가 짐 이라니까요!"


여전히 그는

나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짐은 무엇이고

저 짐은 무엇인가?


나는 나지막히 그분에게

말했다.

"옛날 임금님이 자신을

뭐라고 말했을까요?"


아니 이게 무슨 상황인가?

왜 자신을 짐이라고 칭하고

옛날 임금까지 소환하고 있는가?

그의 표정은 알 수 없다는 듯

머리를 갸우뚱했다.

그러면서도 나의 질문에 대해

답을 찾기위해 골똘히 신경쓰는 모양이다.


잠시후 그의 입술이

사르르 떨면서 소리를 뱉었다.

"지----ㅁ!"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맞습니다

제가 바로 그 짐입니다."


우리는 서로 작은 미소를 나누면서

헤어졌다.


나는 천천히 이동했다.

탑승구 10


나의 육신은

비행기좌석 28A에 옮겨졌다.


기장의 멘트가 끝난 후

나를 포함해서 약300명의 승객을 실은

비행기는 힘차게 활주로를 달렸다.

땅과 분리되었다.

하늘을 향해 치솟았다.

나는 구름 위로 올라갔다.


비행기에서

땅을 내려다 본다.


살 만한 곳인가?

계속 하늘에 머물 수는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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