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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식하는 예수

1인칭으로 전개하는 예수 스토리

<40일 금식의 시작>

나는 40일 금식기도에 들어갔다.

어둠이 가득한 세상에

인간의 몸으로 와서 빛을 비춘다는 것은

인간의 몸으로 견디기 어려운 일이다.


세상을 창조할 때만 해도

그런대로 좋았다.


그러나

우리의 형상대로 인간을 창조한 뒤로

인간에게만 자유의지를 선물한 까닭에

특히 선악과 사건 이후로

세상에는 창조 이전의 혼돈(χάος,תוֹהוּ וָבוֹהוּ)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인간에게 준 자유의지로

인간 스스로 질서(κόσμος)를 회복하기를

오랫동안 요구하였고 사람을 보냈지만

인간은 이를 거절했다.


이제 내가 이 일을 직접 성취할 때가 되었다.


혼돈(χάος,תוֹהוּ וָבוֹהוּ)을

질서(κόσμος)로 회복하는 것,

이를 화목(καταλλαγης)이라고 한다.

금식하는 예수 3.png

그릇된 관계를

올바른 관계에로 회복이다.


나는 이 일을 위하여

아버지, 성령과 함께

( το ονομα του πατρος

και του υιου και του αγιου πνευματος)

마음과 뜻을 하나로 모으는 시간을

확고히 하려는 것이다.


40일동안의 금식기도는

십자가에서 죽음을

미리 체험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하루 하루 하루 목숨을 다해서

사람을 사랑하는 실천의 시간.


<금식 10일째 ~34일째이후>

금식한 지

열흘 째 되는 날이다.


거칠고 소금기 많은 바람이

누런 모래와 함께 귓 속을 파고든다.

약간의 물기가 입술을 적시고

이제 목젖까지

메마름이 깊게 파고든다.

금식하는 예수 1.png

보름 째 되는 날이다.

잠시 지루함을 잊기 위해

서성거렸던 발걸음도 멈추어야겠다.

후일에 내가

거친 십자가를 지다가 쓰러질 때

더 이상 십자가를 질 수 없어

무리들 사이에 넘어져 있을 때

지금의 나와 같겠지?


나의 기도는 계속된다.


십자가를 지기 위해서

내려온 세상.

십자가를 계속 지고

나아가야만 하는가?


이미 인간으로 살아오고

인자(the Son of Man)로 살아가야 할 세상에

나를 거역하고 비난하고 핍박하고 부인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삶을

계속 살기 위해서

삼위의 하나님이

더욱 힘이 되어주시길.


예레미야와 이사야가 옷을 벗고

길거리를 뛰어다니며

"하나님을 찾으라"고 외쳤던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냉소 뿐이라는 것을,

오열하며 부르짖었던

바로 그 세상을

나는 연약한 육체를 가지고 대면하리라.


이제 삼십일 째 지나가고 있다.

기도하고 있던 자리에서

조금도 움직일 수 없구나.

손가락을 움직이는데

필요한 에너지도 축적해야겠다.


앞으로 열흘을 더 이겨내려면.

저기 검은 머리가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고 있다.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넘어뜨리기 위해서.

그래.


그대에게는 지금이 기회겠지.

내가 가장 연약할 때라고 생각되니까.


금식하는 예수 2.png

<금식 35일째이후>

금식 35일째


이젠 가만히 앉아있는 것도

쉽지않다.

한 뼘 만큼 떨어져있는 돌도 잡을 수 없고

그저 바라만 보아야 했다.


검은 의도를 가진 자 유혹하는 자는

나만 응시한다.


그는

인간의 약함을 주저없이 파고든다.


약함(weakness)은 인간의 본질이다.

약하기에 서로 사랑하고 돕고 하나될 수 있다.


그러나 약함은 혼자 강함을 지향하면 결핍이 된다.

그는 이 때를 노린다.


첫 사람 아담과 하와가 그랬다.

그는 하와를 타겟으로 삼았다.

하와는 "선악과를 먹으면 ..."의 말을 아담을 통해 들었다.

그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리고 유혹에 넘어갔다.

그는 그 때 성공했기에

이제 나에게 다가올 것이다.

내가 바람에

훅 날라갈 정도로 쇠약해지고 있음을

그는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39일째 되는 날이다.

금식을 시작한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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