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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인 생활을 시작하는 예수

1인칭 시점으로 전개하는 예수 스토리

<실패한 유혹자와 마리와의 만남>

세 번째 제안이 허무하게 실패로 돌아가자

유혹하는 자는 나를 떠나버렸다.


나는

예루살렘을 떠나 갈릴리로 향했다.

예루살렘에서 갈릴리로 가는 길은

세가지 경로가 있다.

나는

누구와 약속한 것도 없기에

여유를 가지고 이동하기로 했다.


예루살렘에서

갈릴리까지의 거리는

약 80 mile

즉 128km 정도 되는 거리이다.

하루에

시간당 5km를 7시간씩 걸으면

4일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이다.


금식이 끝난 뒤라

체력적인 문제도 있었고,

누구와 약속을 했기에

서둘러가야 할 일도 아니었다.


오늘이

며칠인지 알 수도 없는

시간에 대한 느낌도 없이

단지 북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걷다가 보면 큰 호수가 나오겠지.


비도 바람도 없이 거친 황야를

쉬지 않고 걸어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약간의 먹을 것을 챙겨서

쉬엄쉬엄 걸어서 갈릴리로 향했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는 길은

나에게 쉼을 준다.


지나가는 사람들,

바쁘게 일하는 사람들,

보채는 어린 아이를 돌보는 아낙네들.

머리에 물동이를 이고 가는 여인들.


하루 하루 살아가는 생존의 걸음걸이들.

그리고 그들의 거친 숨소리들.


한결같이 그 자리에 서 있는 나무들.

누가 먹을 것을 주었는지,

아니면 스스로 찾아다니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쉬지 않고 날개짓하며

하늘을 날아다니는 각양각색의 새들


어슬렁 어슬렁거리며

거리를 휘저으며 먹을 것을 찾아다니는 동물들.


때로는 위협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즐거움과 조화를 느끼게 한다.


밤이 되면 하늘을 가득 채운 별을 보며 노래하고,

아침이 되면 환한 햇살에 비친 지난 밤과

전혀 다른 세상을 맞이하면서

살아있음을 맛본다.


그래.

사람들은 마치 반복되는 것 같은

그러나 반복되지 않는 하루 하루를

이렇게 살아가는거야.

나는

이러 저러한 모습을

눈과 가슴에 담으며 걷고 또 걷는다.


나인성을 지나 나사렛을 거쳐서 나아간다.

<마리아와 함께 간

가나의 혼인 잔치>

마리아는

오랜만에 나를 보고 반긴다.

마리아는

나를 보자 마자

“가나에 혼인잔치가 있는데

함께 가자”

한다.


아마 나를 기다렸던 것 같다.


오랜 만에 만난 마리아.

그녀의 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


이스라엘의 혼인잔치(פסטיבל חתונות)는

독특하다.

Kiddushin (an engagement ,Hebrew:אירוסין)이라는

법적인 혼인 절차를 말한다.

나는

누구의 결혼인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마리아를 따라 나섰다.

결혼은

하나님이 맺어 준 남녀가 하나되는 날이다.

축복이 가득한 날이요,

일생에 단 한 번 이루어지는 날이다.


이스라엘에서

이혼하기가 매우 어려운 절차이기에

결혼은 그런 의미에서

더욱 거룩한 날이다.


결혼식의 상징은 기쁨이다.

기쁨이 없는 결혼은 죽음과 같다.


결혼하는

두 사람만이 아니라 양쪽 집안,

그리고 이를 축하하러 온

모든 사람에게도 기쁨이다.


혼주는 하객들에게

“우리의 기쁨에 함께 해주세요”라는 의미로

포도주로 대접한다.


포도주 만큼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요소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 무슨 일이 생겼나보다.

바로 그 포도주가 바닥이 난 것처럼 보인다.


여기저기에서

“술 주세요. 술 더 없어요!”라는

아우성이 고막을 두드린다.


이러다간

기쁨이 가득해야 할 혼인잔치가

혼란으로 가득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혼주이다.

혼주가 이리저리 뛰어다니는데,

그 얼굴이 창백하다.

더 이상의 포도주를 구하기 어려운 형편인가 보다.


이제 나를 부르는 음성이 들린다.

“예수 예수 이리와 봐.”

마리아가 나지막한 소리로 나를 부른다.


<기쁨을 회복한 혼인잔치>

나는 마리아를 따라 갔다.

그녀는

항상 자신을 드러내기를 원하지 않는다.

“이 집에 포도주가 떨어진 것 같애.

도와주어야 할 것 같아.”


마리아는

잔치집을 돕고 있는 사람들에게 부탁한다.

“예수가 하라는 대로 하면 될 것 같아요.”


나는 순간

“이것은 뭐지?”하고 생각했다.


마리아는

잔치집의 포도주부족사태를

해결해 달라는 것이다.


그렇지.

잔치 특히 혼인 잔치에서 포도주가 없다면,

이는 큰 낭패야.


하나님 나라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 있다면

그것은 기쁨이지.


혼인 잔치에서

기쁨이 사라진다면,

과연 이것이 정상적일까?


나를 믿고 있는 마리아,

그러나 마리아를 위해서라기 보다

잔치집에 참여한 사람들을

먼저 생각하기로 했다.


나는 돕는 이들에게 부탁했다.

주변을 돌아보니

물 항아리가 6개나 비어 있었다.,


“물 항아리에

물을 가득 채워주세요.”


그들은 영문도 모르고

내 말대로 행했다.


이제

"그 물들을 하객들에게 나누어주세요."


돕는 이들은 “이게 뭐지?”하면서

내 뜻에 순순히 응했다.


아마 이들은 포도주로 취한 이들에게

냉수 한 사발 정도 주는 것으로

생각했을 거야.


이들이 나누어 준 물을 마시면서

하객들의 반응이 나왔다.


이미 얼큰하게 취하여 벌건 얼굴을 하고,

표현되는 말은 살짝 꼬였다.


“아니 혼주양반,

이 술은 어디에서 났어요.

보통 좋은 술 먼저 내주고,

우리가 취한 다음에 시원치 않은 술을 내놓는데

이 집은 거꾸로네요.

이렇게 맛있는 술을 내놓은 집은

내 생애 처음입니다.”

그러자 웅성웅성거리면서

사람들이 말한다.

“옳아요.

아니 이 좋은 술은 어디에다 숨겨놓았다가

이제 내놓는 것입니까?”


이 때 당황한 사람들이 있었다.

내가

하라는대로 아무 말없이 그 물을

하객들에게 나누어 준 도움이들이었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우리가 준게 물이 아니라 술이었어?

분명 물을 가져다 주었는데.”


나와 마리아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약간 어깨가 살짝 올라가고

입가에 미소가 가득한 마리아를 보면서

우리는 집을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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