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내버려 두세요(10)

자기효능감을 회복해가는 영숙

영숙이는 자신에 대하여 놀랐다.

"내가 엄마에게 어떻게 이런 소리를...

나를 내버려두라고 큰 소리를 치다니..."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모습을 자신에게 발견한 것이다.


영숙이는 즉시 상담선생님을 찾아갔다.

"선생님...제가...제가...미쳤나봐요..제가.."


붉게 상기된 얼굴을 하고 뛰어온 영숙이를 상담선생님은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 있었구나.. 엄마와 전화를 하더니..."


영숙이는 상담싫에 들어가서 소파에 털석 주저앉았다.

상담실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노을빛이 영숙이의 얼굴에 더욱 붉게 젖었다.


"제가 .... 제가....끔찍한 일을 저질렀어요..제가..."

선생님은 화들짝 놀라서 묻는다.

"끔찍한 일이라고? 영숙이 네가? 어떤..?"


"엄마가 전화를 했는데....또 소리치고 듣기 싫은 이야기를 계속했어요.

너무 참을 수 없어서... 그만.. 나도 큰 소리로 나를 내버려두라고...다시 전화하지 말라고...

그리고 전화를 확 끊었어요."

영숙이는 엄마가 전화로 한 이야기.....그동안 전화를 받지 않은 이유, 그리고 오늘 나누었던 대화내용을 구구절절 선생님에게 숨도 쉬지 않고 내 뱉었다.


영숙이의 가슴에 차곡차곡 쌓여있던 분노, 원망, 그리고 억압들이 한꺼번에 쏟아져나왔다.

"나는... 그런 적이 없었어요....내가 했던 일은 엄마....피해보게 하지 않으려고 맞고 참고...또 맞고 참은 일 밖에 없었는데... 이런 나를 그저 바라보면서..늘 새아빠 편을 드는 엄마가 죽도록 미웠는데...

아직도...나에게...."


영숙이는 이제서야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마치 막힌 둑이 무너져버린 것 같이 영숙이는 걷잡을 수 없는 눈물을 내뿜기 시작했다.

어느 사이에 영숙이는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내가...내가 뭘 잘 못했다고..그래요 내가 잘못한 것이 있어요.. 그래도.... 엄마는 ...내 편이 되어 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내가...그렇게 엄마 편이 되어주었는데...... 이제 엄마도 아니야...엄마도 아니야.. 그런데....이제 나는....."


상담선생님은 소파로 다가와 영숙이의 옆으로 다가왔다.


어느덧 노을은 고개너머로 사라지고 어둠이 깊이 내려앉았다.

"영숙이가 그동안 많이 자랐구나.

영숙이가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말할 줄도 알고...

잘했어...... 잘 한거야.."


영숙이는 상담선생님의 말을 들으면서 다시금 자리를 고쳐앉았다.

"제가 잘했어요? 잘 못한 것이 아니구요?"


선생님의 얼굴에는 미소가 담겨있었다.

"그래 영숙이는 자기 자신을 찾아가기 시작한 거야.

누구누구의 딸이 아니라 그냥 영숙이 자신을...

지금...이런 과정을 모두 거쳐가야 해.

나는 시간이 더 핋요할 줄 알았는데...

벌써..영숙이가... 쉼터에 온 지 3개월만에..."


영숙이는 "나 자신을 찾아간다"는 말에 토끼처럼 눈을 커다랗게 떴다.


"나 자신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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