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내버려 두세요(마지막)

정체성을 회복하기 시작한 영숙

영숙이는 곰곰히 생각했다.

"나를 찾는 것... 나는 누구일까?"


상담실에서 나온 영숙이는 명희를 불러냈다.

쉽터 바깥에 있는 잔디밭 벤취에 앉았다.


"명희야 너는 너 자신을 누구라고 생각하니?"

명희는 뜬금없는 영숙이의 질문에 당황한 듯 잠시 시선을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에 던진다.


영숙이는 "지는 나는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고 하네. 나는 누구일까?"


영숙이의 말을 들으면서 명희는 생각에 골똘히 잠긴다.


시간이 조금 지났을까?

하늘에서는 구름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모였다가 흩어지고 때로는 사람이 아니 큰 곰이 나타났다가 다시 어린 양으로 변하는 ....

이 때 명희가 무릎을 탁 친다.

"그래 잘 모르겠지만. 우린느 저 구름과 같지 않을까?"

영숙이는 "무슨 뜻이야?"라고 되 묻는다.

명희는 마치 진리를 깨달은 듯 높은 어조로 말을 이어간다.

"나는 어릴 때 댄스가 되고 싶었고, 조금 지나서 가수도 되고 싶었어.

그런데 내 춤이 춤도 아니도 노래도 영 아이더라고,. 그렇다고 공부를....

집에서는 늘 매맞고 시달리고... 학교에서는 왕따를 당하고...

그런데 나는 또다른 꿈을 가지려고 해... 아마 저 구름이 새로운 얼굴을 갖듯이...

그래도 저 구름은 구름이잖아. 우리는 조금 있으면 고등학생. 그리고.. 대학생?

흐흐흐 지금처럼 공부했다가 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러나 나에게 입혀지는 옷은 자주 바뀌지.

그래도 나는 나....나는 나일 것 같애..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


영숙이가 이렇게 길고 긴 말을 숨도 쉬지 않고 집중해서 들어본 적은 처음이었다.

'어쩜 얘는 이렇게 말을 잘 할까?'


영숙이는 자신의 팔을 쳐다 보았다.

쉽터에 들어왔을 때 선명했던 멍은 이미 사라지고 뽀얀 빛의 살결이 눈에 들어온다.

'그래...다시는 내 팔에 멍이 들지 않기를...'


영숙이는 명희에게 말한다.

"잘은 모르겠지만... 그 말을 맞는 것 같애. 나는 나야.. 나는 나...너도 아니고 엄마도 아니고

나는 나...그래...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렇게 계절이 바뀔 때마다 꽃도 나무도 새로운 옷을 입지.

그러대 코스모스는 코스모스, 튤립은 튤립.. 소나무는 소나무....네가 말한 것과 내가 지금 생각한 것과 같지?"


명희는 영숙이와 하이 파이브를 하면서 크게 웃으며 말한다.

"그래 바로 그거야.. 똑같애.... 영숙이는 어디까지나 영숙이. 나는 어디까지나 명희..."


그러더니 명희가 또다른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영숙아...너 달라졌어...손과 발...무지 떨었잖아... 지금 전혀 그렇지 않아..

그리고 오늘 네 모습이 제일 밝아보여..."


영숙이는 아주 밝고 자신있는 표정으로 말한다.

"그래 보이니.. 와우... 상담선생님께서 나에게 말했어. 영숙아 이제 너 자신이 되어가는 구나 라고."


명희는.....아주 영롱한 눈동자로 영숙이를 바라본다.

"너는 참 빠르구나...나는 20일 전에야 그런 말을 들었는데..."


영숙이는 3개월 전 쉽터에 왔을 때를 생각했다.

누군가로 부터 벗어나지 못한 자신.

반항할 힘도 없이 상처만 입던 자신.


갑자기 새 한마리가 영숙이 앞을 푸드득 날아갔다.


"그래 저 구름을 향해 날아가는 새처럼.. 나도..."


다시 시작되는 하루를 영숙이는 새롭게 맞이하기로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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