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6학년 일수입니다.
나는 그 날의 기억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 어느날보다 하늘은 높았지요.
가끔 솔개 한마리가 자유롭게 떠돌 뿐,
구름 한 점 조차 찾을 수 없었어요.
바람이 흐르고 있다는 것은 나뭇가지를 아직 떠나지 않은 작은 잎새들이 흔들릴 때마다 느낄 뿐이지요.
"일수야!"
밤이 어둑어둑하게 거리를 가득 채웠을 때
만취된 아버지는 문을 열면서 이렇게 나를 부르곤 했지요.
아무도 살지않는 집 처럼,
우리 집은 늘 고요했습니다.
나는 외동아들이라고 하나요?
3학년 때 즈음일거에요.
엄마는 집을 나가서 그 뒤로 본 적이 없었어요.
늘 늦게 들어오는 아빠.
그리고 하루도 쉬지않고 다투는 모습.
나는 항상 내 방에서 숨죽이며 지내고 있었지요.
"나는 이 전쟁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어."
내 손에 들려진 게임 속으로 나는 더 깊이 들어가려고 애썼지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늘 그렇듯이 휴전이 찾아옵니다.
아침에 학교에 가려고 하면
엄마는 싸우다 지친 모습으로 침대에 누워있고, 아빠는 돈 만원을 내 손에 던져놓고 부리나케 집을 나섰지요.
그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나는 대충 가방을 어깨에 매고 학교를 향해 나서곤 했지요.
그러던 어느 날,
밤이 아주 깊었을 때
엄마는 집을 나갔습니다.
물론 제3차 대전이 끝날 때 즈음이지요.
헝클어진 머리와 가방 하나를 끌고 나가는 엄마의 뒷모습을 보게 된 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아빠는 그저 엄마의 뒷모습을 아무 말없이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잘 있어!"라는 말 한마디 없이
눈 맞춤도 하지 않은 채
나는 혼자 덩그러니 서 있었습니다.
이 날의 조용한 추억(?)을 나는 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3년이 지났을 때,
아빠는 한 여자분을 데리고 집에 왔습니다.
"일수아 네 새엄마다. 인사드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