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 부터인가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밤새 내리는 빗 소리는 더욱 거세지기 시작했습니다.
죽------주르륵..... 타탁.... 타타닥.....솨아....쏴아.......
가끔 번쩍이며 창문을 환히 밝히는 번개는 아주 짧은 순간에 내 곁을 떠났습니다.
창문을 세차게 두드리는 빗소리는 매우 불규칙적인 리듬으로 다가왔습니다,
빗소리와 함께 흘러내리는 눈물도 쉴 줄을 몰랐습니다.
"내가 왜.... 이런 설움을 겪어야 하는가?
이 시간에 엄마는 내 곁에 없을까?
아니 엄마와 함께 했다면, 엄마는 더 힘들었을꺼야...
그래도...그래도...."
아침 6시. 알람이 울린 후에도 비는 그치지 않았습니다.
나는 주섬주섬 옷을 챙겨서 집을 나섰습니다.
추적 추적 내리는 비와 함께 우산을 쓰고 종종걸음으로 아침을 나서는 사람들 속에서 나는 학교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일수야... 일수지? 너 웬일이니? 이 이른 아침에..."
나는 낯선 목소리에 그가 누군지 쉽게 알아차렸습니다.
파란 우산을 쓰고 흩어지는 빗방울처럼 내이름은 부른 친구는 명구였습니다.
"아니 명구야... 너는 왜 .;. 이 시간에.."
명구는 자신의 우산을 접고 내 우산 안으로 들어와 나의 어깨를 감쌌습니다.
"나....나는 항상 이 시간에 다녀...네가 이상한 거지.... "
나는 어깨를 감싼 명구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명구도 내 눈길과 마주쳤습니다.
"일수야... 그런데....네 얼굴 왜 그러냐? 퉁퉁 부었어....
너 누구에게 심하게 맞았니? 얼굴에..멍이 들었는데.. 아프지 않니?
너 병원에 가 봐야 하지 않을까?'
나는 명구의 말을 들었을 때야 비로서 깨달았습니다.
어제 아빠에게 맞았을 때, 남은 상처가 얼굴에 그대로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아냐.. 나.....넘어져서 그래... 상처가 ..크니? 별로 아프지 않아서..."
명구는 "아냐... 넘어져서 난 상처가 아닌 것 같은데.... 솔직하게 말해봐.."하며 나를 채근했습니다.
나는 "아냐. 넘어져서 그래... 난 몰랐는데..."하며 극구 부인했습니다.
어느덧 학교정문 가까이 우리 발걸음은 도착했습니다.
나는 우산을 접고 잰걸음으로 화장실로 들어갔습니다.
얼굴에 난 상흔을 살펴보기 위해서.
거울에 비친 얼굴을 보면서 ...
어제 그 악몽같은 일이 거울에 파노라마 처럼 펼쳐졌습니다.
그리고 나에게 이런 상처를 주고도 희희락락 웃으며 방으로 들어가는 두 사람이 떠올랐습니다.
이 때, 거울에 또 하나의 얼굴이 선명하게 그려졌습니다.
그 얼굴에는 많은 상처와 눈물, 그리고 분노가 가득한 눈빛이 채워졌습니다.
엄마의 얼굴이었습니다.
"엄마가 왜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내 곁을 떠났을까?"
거울 속에 드러난 나의 얼굴과 겹쳐져 그려지는 엄마의 얼굴을 보면서 그 이유를 조금씩 읽을 수 있었습니다.
"엄마가 그런 고통을 겪었을 때 나는 왜 아무 것도 하지 않았을까?
내가 엄마를 지키지 못하고, 나는 숨어서 지내야했을까?
내가 이렇게 힘든데.. 엄마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무기력하고 무능해진 나자신을 보면서 화가 났습니다.
다름아닌 바로 나 자신에게...
분노의 감정이......거친 파도와 같이... 일렁이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