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할 곳을 잃어버렸어요(5)

또다른 상처,. 깊어지는 간극

그 후 며칠동안 아빠와 얼굴을 마주친 적은 거의 없었다.


종종 식탁위에 던져진 만원짜리로 나의 하루하루는 이어져갔다.

얼굴에 멍이 거의 다 사라질 때 즈음, 나는 다시 아빠와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나의 얼굴에 있는 상처에는 관심도 두지 않았다.

당연히 내 마음에 자리잡고 있는 상처에 관심을 둘 것이라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일수.. 공부는 열심히 하냐? 내 얼굴에 먹칠 하지 마라.

그리고 새엄마에게 잘 해라."


'네 엄마에게 잘 해라.'라는 말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새 엄마에게 잘 하라고? 뭘? 그분이 나에게....'


나는 아빠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아빠는 나의 시선이 굽이굽이 흘러가다 사라지듯이 아랑곳 하지 않았다.


마침 그녀가 집으로 들어왔다.

나는 아빠 앞을 바로 지나서 내 방으로 향했다.


'식구라고 했던가?'

우리집에서 같이 식사를 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없다.

엄마가 집을 나간 이후 학교 근처에서 분식집이 나의 집이 되었다.

떡볶이, 순대, 어묵, 라면, 김밥....

다행힌 것은 라면이나 김밥에 다양항 매뉴가 개발되었다는 사실.


그러나 나의 집에는 ....

거실과 주방 사이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식탁은 장식용일 뿐이다.


이때 다시 커다란 목소리가 나의 뒷덜미를 잡았다.

"그냥 들어가니? 어쩌다 얼굴을 보았는데.....대화도 없이.."


나에게도 아빠의 거친 목소리는 흩어지는 안개와 같이 여겨졌다.

나의 육체는 내 방으로 이미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쿵 쿵 쿵

묵직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너! 내 말이 안들려? 내가 말했잖아..."

아빠의 어조는 극에 달하고 있었다.


나는 뒤를 돌아섰다.

'엄마도 나 자신도 지키지 못하는 나....'

그런 나로 머물고 싶지 않았다.


아빠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은 이전의 것과 달랐다.

'뭐라고 하셨나요? 대화를..... 기억하지 못하시나요?

아빠에게는 대화보다 폭력이.... 먼저이지요.

엄마에게도 그러더니.. 나에게까지 폭력을....

오늘도 또 어떻게 나를 때리시려고요.."


나는 아빠를 향해 똑바로 마주보았다.

6학년이 된 아들의 키가 이미 아빠의 어깨를 넘보고 있다는 사실을 ..

아빠도, 나도 알게 되었다.

이제 눈높이가 같아져 있었다.


그러나 이미 아빠와 나와의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깊은 심연이 자리잡고 있었다.

"너... 네가.....감히... 아빠에게....:"

나는 다시 아빠 앞에 서 있었다.

"이제 어떻게 하시려고요."


아빠의 얼굴에서 흥분이 고조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전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것을.


그러던 순간, 아빠의 손에서 무엇인가가 나에게 날라왔다.

나는 팔에 묵직한 통증을 느꼈다.

야빠의 손에 야구방망이가 들려있었다.

아빠는 야구방방이를 나를 향햐 휘둘렀다.

정말 재수없게 나는 피할 겨를도 없이 야구방망이가 내 팔을 가격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순간 나는 그 자리에 그냥 주저앉고 말았다.


"내 팔이...내 팔이...:"

나는 직감했다.. 팔이 부러졌다는 ...


나는 다시 일어나 집 바깥으로 뛰어나갔다.

그리고 112에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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