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범하게 행복할 용기 이계윤
Nov 27. 2024
밤새 눈이 쏟아졌다.
모처럼 일기예보가 적중했다.
나는 밤새 잠을 못이루고
이리 뒤척 저리 뒤척
날이 새기만을 기다렸다.
새벽 4시즘 되었을까?
소스라치게 잠에서 깨어났다.
아마 아내도 깬 듯 하다.
"여보 눈이 쌓였네요.
어떻게 출근하지요?"
그녀도 흰 눈을 보면서
나와 똑같은 고민을 한다.
흰 눈
게다가 첫눈인데...
풋풋한 정서는 메말랐는가?
결국 그녀는 남편을 향한
사랑을 선택했다.
아내의 말을 듣고
금새 나는 깊이 곯아 떨어졌다.
잠시후
모닝콜(morning call)이
귓전을 때린다.
부시시 눈을 떴다.
어쨌든 해봐야지
나는 앱을 열어
장애인 콜 택시를 예약했다.
대기인수 19명!
한 시간 내에 장콜이 연결될까?
믿어봐? 믿음을 가져봐?
홍당무 한개
어제 먹다 남은 양배추 우수리
오이 한 개
그리고 아침 선식(膳食)
서둘러 입 안에 털어넣는다.
섬광(閃光)같은 속도로
샤워를 하고 휠체어에 올라앉아
식탁 앞에 경건(敬虔)한 자세로
기다린다.
귀를 쫑긋 세우고.
새벽부터 눈이 내린 도로상황을
소개하는 TV 앵커의 목소리는
한마디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단지 소음(騷音)일 뿐이다.
문득
"나의 집중력과 기다림에 대한
갈망이 이리도 간절했는가?"
하며
스스로에 대해 놀란다.
소리없이 외쳤던 기도가
하늘에 도달했는가?
장콜을 예약한 지 한시간 반이 되어
8시 10분경에 핸드폰 벨이 울린다.
"25분즘 걸립니다."
출근시간 9시까지
도착이 가능하리라는 안도감에
"하나님
오늘도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도와주시고 인도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한가지 더
오후 퇴근시간에도
연결 부탁드립니다. 아멘"
길거리는
내리는 눈과 이미 녹아버린 눈으로
뒤범벅이 되어있었다.
차창 밖으로 흰 눈이
계속 내리고 있다.
두터운 점퍼와 우산(雨傘)
아니 설산(雪傘)을 쓰고
조심스럽게 뛰어다니는 직장인들의
출근행렬이 줄을 잇는다.
사무실에 도착하니
죄다 비상상황(非常狀況)이다.
나는
오늘 하루 전개될 일을 손꼽아 보면서
상념에 젖는다.
그래
역시 나는 소시민이야.
나의 안일만을 생각하는.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나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