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물었다.
"내년에는
무엇하고 지낼꺼냐?
2025년
꿈은 있니?"
그는 대답했다.
"없어요.
그냥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거죠."
나는 되물었다.
"그건 너무 무의미하잖아?"
그에게서 되돌아 온 대답은
더 냉소적이었다.
"본래 인생이 허무해요.
뭘 모르는 사람들이나
의미를 따지지요."
그는 인생에 대해
도(道)를 깨달은 상태에
도달한 듯 보였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 땅에서의 호흡을 시작하고
본인의 의도와 무관하게
이러저러한 일을 하다가
본인도 알지못했던 때에
세상과 작별하게 되고
본인이 한번도 가보지 않은 곳으로
머나먼 여행을 떠나는 것에
무슨 의미를 찾겠는가?
이미 먼저 간 선배들의 족적이
이를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내가 이럴 줄 알았다면
이러지 않았을텐데."
혹 그들 대부분 이런 푸념을
하지 않았을까?
이젠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내년에는 무엇을 할꺼냐?"
내 안에 있는 또다른 나는
속삭이듯 말한다.
"언제 계획하고 살았니?
또 계획을 한들, 계획대로 되었니?
새삼스럽게 그런 질문을..."
나는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창세기 1:2.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수면 위에
운행하시니라
Now the earth was formless
and empty,
darkness was over
the surface of the deep,
and the Spirit of God was
hovering over the waters."
"혼돈(混沌)하고
공허(空虛)하다."란 번역은
"형태(형식)가 없고
틀(Form, Frame)이 없는
비어있는(Empty)"의
뜻이다.
그러한 지구 위에 사는 이들이
그려내는 그림은
"혼돈하고 공허하다."란
말 그 자체이다.
지금도 그렇다.
그곳에 무엇인가로
채운다 한들
무엇이 되겠는가?
그저 그 수고와 땀이
흘려졌을 뿐이다.
이제 나흘 남았다.
그 기준이
율리우스 력(曆)이 되었든
그레고리 우스 력(曆)이 되었든
며칠 남지 않았다.
다시 묻는다.
내게.
"새 날에는 무엇을 할꺼니?"
침묵이 흐른다.
당분간 계속해서.
오늘 대답을 듣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하여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