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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applause)와 공포(horror)

과연 우리는 즐거워서 박수를 치는가?

인기가수가 무대에 오르기 전부터

객석에서는 박수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썰물같은 함성과 함께.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박수(applause)"는 이런 것이다.

그러나 항상 그러할까?


1990년대 어느날.

나는 KBS공개홀에서 "열린 음악회"를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이곳에서 "박수"에 대한

두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나는 방송 이전에 박수치는 연습을

한다는 사실이다.

둘은 자기가 좋아하는 그룹에 대해서

박수를 치는 반면에 상대연예인에 대해서

침묵으로 저항하는 모습이었다.


1990년대 인기그룹에 대한

팬들의 선호지지도는

명확하게 호불호(好不好)가 갈릴 때이다.


TV화면을 통해서 비춰지는 박수치는 장면은

일종의 편집이었다.


스탈린의 통치가 절정에 이르렀던

1930년대.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공산당대회에서

스탈린에 대한 경의를 요청했을 때

참석자들은 일제히 박수를 쳤다.

그러나 11분이 지났을 때

한 제지공장장이 혼자 박수를 멈추고

자리에 앉았다.

행사가 끝난 뒤. 그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날밤 비밀경찰은 이 공장장을 체포해서

10년간 수용소생활을 하게 했다.

"박수치는 일을 멈추었다는 죄목으로."

(유발하라리:2024.넥서스)


북조선에서 보여지는

거의 실신할 정도에 가까울 정도로

광기어린 박수치는 장면을 보게된다.

김정은이 등장하고

재미없는 연설을 할 때

북조선 사람들은 신들린 듯 박수를 친다.


이들이 박수를 치는 배경에는

스탈린 시대와 마찬가지로

박수를 치지않으면 수용소로 끌려간다는

공포가 깊이 깔려있음을

우리는 부정할 수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문화

특히 정치문화는 어떠할까?


포퓰리즘(populism)

팬덤정치 등에 기반한 정치문화가

이와 전혀 다르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모두 박수를 치는 상황에서

혼자 박수를 치지않을 권리를

우리사회는 보장하고 있는가?


우리는 그의 권리를 존중하고

그가 박수를 치지않는 이유에 대해

경청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박수치는 일에 인색한 것인지

자유로운 감정표현에 익숙하지 않은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음악회 또는 방송에서 조차

박수치는 일을 연습해야 하는 분위기에서

박수를 치지 않는 일이 공포로 연결된다면

우리네 정서가 아직 성숙하지 않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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