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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는 너무 어려워

배려가 권리로 다가올 때

배려(consideration)란 단어는

너무 아름답다.


나 아닌 누군가를

한번 더 생각하고

게다가 그의 입장에 서서

그의 문제를 더 고민한다는 것은

아름답다 못해 고상하기까지 하다.


눈이 펑펑 내리는 오늘

아파트 주차장으로 나가보니

주민 몇몇이 빗자루와 삽을 들고

눈을 치우고 있었다.


이미 제설작업(除雪作業)에 의해

도로(道路)는 깔끔해져 있었다.


운전을 하면서

미끄러울지 모르는 노면(路面)상태에서

일정간격을 유지하면서 운전하니

어느때보다 더 안전한 느낌이 든다.


이런 배려의 모습이 일상화되면

얼마나 좋을까?


어느날 새로 선발한 신입직원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출근한 지 채 보름도 되지 않았는데.

그리고 보름정도 흘렀는가?


"저 ○○○인데요."

나는 반갑게 전화를 받고

어떻게 출근을 하지 않았는지

물어보려고 했는데

그녀는 전혀 여지를 주지않았다.

"제가 근무한 15일치 임금보내주세요.

계좌번호 아시죠?"

그리고 전화는 끊어졌다.

다시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기가 막혔다.

"요즘 아이들 다 그래요.

놀라지 마세요."

중고참 직원이 나를 위로하기 위해

던진 말이다.


"뭐 요즘 아이들이 다 그렇지 않아요.

난 처음 겪은 일이니까요."

이렇게 애둘러대면서

나는 받은 충격에서 잠시 벗어나지 못했다.


"아니 왜 그러세요?

내 것을 내 허락도 없이

왜 다른사람을 주세요?"

김치 보급을 하는 자원봉사단체를 찾아와

누군가 큰소리로 소란을 피우고 있었다.


알고보니 삼일동안 자원봉사단체가

김장김치 나누는 행사를 마감하는 자리에서

일어난 해프닝이었다.


이 행사를 진행하면서

일주일 전부터 해당주민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김장김치를 받으러 오라고

부탁을 했다.

주문량이 한정되니 가급적이면

수요일 오전까지 오셔서

김장김치를 가져가시라고.

너무 늦으면 김치가 소진될 뿐 아니라

김치가 쉬어져서 먹을 수 없게 된다고.

게다가 전날 다시한번 재촉전화를

드린 모양이다.


이런 홍보효과로 인해

추가주문했음에도 불구하고

김장김치는 수요일 오전10시에

다 소진되고 말았다.


집행부는 "이번 행사는 성공적이다."고

자평하는 도중에

한 분이 수요일 오후 늦게 찾아와서

"내 김치를 달라."고 떼를 쓰고 있었다.


경과를 찬찬히 설명했지만

그분은 더 격앙된 목소리로 저항했다.

심지어 "내 김치를 왜 내 허락없이

다른 사람에게 주었냐?"고

따지고 들었다.


이를 옆에서 바라본 나는

기가 막혔다.

"배려. 참으로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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