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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란 무엇인가?

빛과 어둠 사이에서

점자로 된 성경을
손끝으로 짚어가면서
읽다가
처음부터 벽에 부딪혔지요.

"하나님께서 말씀하시길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생겼습니다."

"빛? 빛이 무엇일까?"

본래 세상이라고 하는 것이
형체(形體)가 있었나?

나는 태어날 때부터
"본다"는 말이 생소했다.

"얘야? 무엇이 보이니?"
"아니 얘가 볼 수 없다고요?"
"우리 애가 평생 어둠 속에서
살아야한다고요?"

주변에서 들려지는 음성을 통해
비로서
나는 "본다""어둠"이란 단어를
접했다.

아하!
내가 느끼지 못하는 세상이
있었구나.


나는
세상은 "소리"로만 가득차 있었다고
생각했다.


성경을 읽으면서
낯설고 생소한 단어를 만났다.
"빛"이란 무엇일까?
"빛과 어둠"이 나뉘어졌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그래 내가 느끼는 것이
"어둠"이라고 하자.

그럼 "빛"은 무엇일까?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그 빛"은
도대체 어떤 것일까?

나는 창세기 첫장에서
만난 이 단어 앞에서
한참동안 머물러있었다.

아니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없었다.

"주여!
나에게만
빛을 주시지 않은 것입니까?"

새벽부터 멈춰있던 손끝은
점심시간이 지나고
"저녁식사를 해야지?"라는
어머니의 음성이 들릴 때
조금씩 이동했다.

"하나님이 빛을 낮이라 부르시고
어둠을 밤이라 부르시니라"

빛과 어둠.

나는 지금까지
빛과 낮을 만난 적이 없었다.

"저녁식사 안 해?
점심도 걸렀잖아?"

어머니의 고함소리에 놀라
나는 손끝을 조금 움직였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첫째날이니라"

그래.
나는 빛과 어둠과 무관하게
저녁과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런데
서로 상관이 있는가?
나에게 그렇지 않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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