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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시계

멈춤이 없는

새벽에 일어나니

아직 짙은 어둠이 떠나지 않았다.

동지(冬至)가 지났는데

날(日)의 길이가 길어졌을텐데.


다시 눈을 붙이려하니

잠은 이미 내곁을 떠나고

깊은 상념(常念)이 자리를 잡았다.


그래도 다행이다.

간밤에 섭취한 진해거담제(鎭咳去痰劑)덕택에

꿈에 쫓기지도 않고

숙면(熟眠)을 취했다.


벽을 더듬어 스위치를 켜니

벌써 6시 40분을 가리킨다.


밤새도록 시계는

시침, 분침, 초침을 멈추지않고

제자리를 돌았나보다.


"참.

어제 저녁 누굴 만났지?

만남에 서투름은 없었나?

말의 실수는?"


어설프게 아침 햇살이 창문 틈으로

새어들어오니

순자(筍子)의 일일삼성(一日三省)

네 글자가 떠오른다.


약간의 뉘우침을 상기(想起)시키려하는데

벽에 걸린 원탁시계가

지나칠 정도로 선명하게

시선(視線)을 사로잡는다.


어제 일을 회고하려는 순간에도

나에게 주어진 시계바늘은

과거를 뒤로 하고 미래를 향하여

달음박질을 멈추지 않는구나.


아니 인생의 시계는

언제나 "오늘 " 아니 "지금 "을

가리키고 있다

ASKUP이 그린 그림


가끔 나는 어제에 살고

종종 내일을 살고픈데

시계는 한결같이 "오늘만"을

가리킨다.


그래.

시계가 옳은거야.

"The Eternal Now"

영원한 지금.


신(神)이 소유한 시계도

내가 바라보는 시계도

"언제나 지금"을 가리키고 있어.


멈춤도 없고

되돌아감도 없고

건너뜀도 없이

항상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되

언제나 오늘 아니 지금을

가리키고 있어.


인생의 시계는.


나는

지금을 살고 있는거야.


쉼 없이.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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