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다가오면 더그래
곧 명절이다.
"추석 지나서 만나요."
나는 대답했다.
"추석이 아니라 구정이지요."
그러자 그는 당황한 듯
"맞아 맞아요 구정이지요.
제가 정신이 없어서리."
그렇다.
5-60년전만 해도
구정이 가까이 다가오면
입지않던 한복을 입고
동네 어른들, 친지들 만나서
인사하느라 분주했고
음식준비하면서 명절 분위기를
조성하여 기분을 만끽하곤 했었다.
그런데 어느 새부터
명절은 쉬거나 여행하는
장기휴가기간으로 변질되었다.
저출산으로 인해
미혼(未婚)상태에 있는 성인자제들은
고향방문이나 부모 친척 만나는 일을
기피하는 것과
산업화와 맞벌이 시대에
쉼의 시간을 더욱 필요로 하는 것도
한몫을 한다.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은
해외로 나가는 사람들로 북새통이고
이미 비행기표는 삼사개월 전부터
구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와중에
특히 외로움을 타는 이웃이 있다.
몇해 전 아내를 하늘로 보내고
아들은 장가를 보내어 홀로된 후배.
"형님 더 외롭다고 느껴지네요.
이젠 부모님도 안 계시고..."
그렇다.
아내도 친정에 가서
사촌들을 만나기보다
"우리 어디로 갈까?"하며
진지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세상이 많이 바뀌었음을 느낀다.
최근 기초생활수급자들과 독거어르신을
만난다.
게다가 부모를 잃은 자녀들의 고독함도
엿보기도 한다.
도심(都心) 한복판.
아파트는 빼곡히 들어서 있고
인도 위에는 오고가는 인파들로 분주한데
외로움은 더욱 깊어지는구나.
1970년대
"군중(群衆)속의 고독(孤獨)"이
낯설게 들려왔는데
지금은 방 안으로 깊이 들어왔구나.
이러한 외로움은
더이상 다른 사람의 몫이 아니다.
그저 제삼자의 일이구나 하고
글쏘시개로만 간주할 일이 아니다.
곧 나의 일이 되겠지.
큰 애도 외국으로 가고
작은 애도 독립하고 나면
그 다음에는 바로 나를 찾아오리라.
공항에 사람이 너무 많아요
출발하기까지 세시간이나 걸려요.
그렇다.
그럴수록
더욱 외로워지겠지.
1월.
추수가 이미 끝난
황량하고 황폐해진 들녁은
거칠어버린 내 마음을 보여준다.
들쭉날쭉 솟아버린 볏짚과 볏대는
그 나름대로 쓸쓸하다.
자.
이젠 외로움과 친해지는
연습을 해야지.
혼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