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을 뚫고
첫째가 2월 말이면
몇년간 한국을 떠난다
10년간 한국을 떠나 미국에서 공부하고
이젠 독일로 간 남편을 떠나
첫째도 기약없는 여행을 간다.
그곳에서 일도 하고 공부도 하고
생계를 이어가는 수고를 해야 하는데
사십이 다되어 가는데
준비된 것은 아무 것도 없이
보증된 것 없는 미래로 나아간다.
그래서 네명의 식구가 하나되어
속초로 여행일정을 잡았다.
구정연휴(舊正連休)를 기회로 삼고.
그러나 뉴스에서는 폭설(暴雪)을
매일 예고 한다.
그래도 우리는 출발했다.
예고(豫告)된대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가평을 지나오는데 눈발을 거세지고
운전하는 차창바깥으로
시야(視野)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하얀 세상이 펼쳐진다.
계속 운전할 수 있을까?
이미 두툼하게 쌓인 눈 길 위로
핸들을 잡은 손 길에는 미끄러움이 느껴지지만
숙소로 정한 리조트 입구는
제설작업(除雪作業)이
어느 정도가 이루어졌는지에 대해서
마음은 집중되고 있다.
어느새 가족을 실은 내 차는
영서(嶺西)에서 영동(嶺東)으로
넘어가고 있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와우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고 있네!!"
하늘은 푸르고 태양은 붉게 타오르며
눈의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신세계(新世界)가 펼쳐지고 있었다.
"걱정이 쓸모없었네."
우리는 속초로 내 달렸다.
바다를 보면서
스쿠다이버로 푸른 바다로 뛰어드는
젊은이들을 부러움의 눈초리로
바라보면서
속초수산시장 주차장에 차를 댔다.
명절이었든가?
속초는 인산인해(人山人海)이다.
온천에서 몸에 가득한 피로를 정리하고
밤늦게 숙소로 들어오니
의지와 관계없이 육체는
잠자리로 빠져들었다.
자 이제 명절여행 시작이다.
폭설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고
동해(東海)의 즐거움을
온 몸에 담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