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풍(狂風)을 만나서
가평을 향해 나아가는데
차창은 하얀 눈으로
뒤덮였다.
라디오에서는 폭설뉴스가
쉬임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일기예보(日氣豫報)가
잘 맞네!!"
뒷자석에 앉은 두딸이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말한다.
거센 눈발이 휘날리는 거리를
운전하면서 나는
"리조트 가는 길은 괜찮을까?"하고
속으로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고민은
기우(忌憂)에 지나지 않았다.
영동(嶺東)으로 넘어서자 마자
눈과는 무관한 도로(道路)가
눈 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속초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횟집에서 바가지요금을 지불하고
씁쓸한 입맛을 다지며
숙소(Resort)에 들어왔다.
나는 창문 옆, 침대에 누워있었다.
불을 끄자마자
창문은 거세게 흔들렸다.
컴컴한 방 벽을 흔드는
광풍(狂風)이 귓전을 때렸다.
소스라치게 놀란 나는
거실로 나와 창문을 열었다.
나무들이 약30°정도
좌우로 흔들리며
가지들은 서로 강하게 부대끼고 있었다.
"잠을 잘 수 있을까?"
밤새 뒤척이다 새벽을 맞이했다.
아침 햇살이 창문을 가득 매웠을 때
창문에 비친 나무들은
더욱 심하게 좌우로 흔들리고 있었다.
살그머니 문을 열었다.
차디찬 겨울바람이 거실 안을
온통 자리를 잡고 있었다.
온 몸이 얼어붙을 정도로
찬기운이었다.
나무들은 잘 서 있겠지?
주차장에 있는 차들도 무탈하겠지?
이 시간 명절을 지내는 사람들도
문제없겠지?
세상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각종 뉴스들이 광풍과 함께 사라지고
쌓인 눈으로 뒤덮혀
세상이 겉으로는 요란하지만
실상은 평안이 가득하길
이러저런 생각이 떠오르며
의도치않게 애국심이 솟아난다.
SNS상에는 각종사고가 올라오고 있다.
나는 편안할 리 없는 하루를 보면서
다시금 광풍과 폭설을
온몸으로 부대끼면서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하늘이여
언제까지 세상은 요란해야 합니까?
고요한 세상은 요원한 것입니까?
응답되리라는 기대없이
절규하듯 기도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