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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르기가 준 행복 (2)

사람 알레르기라고?

소란스러워진 광경이 전개되자

그녀는 언제 나타났는지

바닥에 흩어진 음식물 찌꺼기들을

빗자루와 대걸레로 치우기 시작했다.


"갑각류 알레르기라구요?

죄송해서 어쩌나.

미리 말씀해주셨다면

새우젓을 넣지 않았을텐데."


다행스럽게도 분위기는 진정되기 시작했다.

"아닙니다.

약을 빨리 먹어야겠네요.

저 때문에 소란스럽게 해서 죄송합니다."


마침 조용히 앉아있던 구피디(PD)가

분위기를 반전시키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알쏭달쏭 TV에서

예능파트를 맡고 있는 구피디입니다.

오늘 맹여사님 초대로 이 자리에 함께

할 수 있어서 반갑습니다.

마침 제가 먼저 소개를 했으니,

돌아가면서 자기소개부터 하는 것이

어떠할까요?"


구피디의 말이 끝나자마자

건배사(乾杯辭)를 했던 김사장이 일어선다.

그는 중절모(中折帽)를 벗어 왼손에 들고

참석자들을 찬찬히 돌아보았다.

천장 샨들리에에서 흩어진 불빛이

그의 흰머리카락을 타고 힘없이 흘러

그의 입술에 머문다.

"저는 자그마한 인테리어 가게를

운영하는 김사장이라고 합니다.

방금 전 갑각류 알레르기로

인해 고통을 호소했던

박전무와는 고등학교 동창입니다.

처음 뵙게되어 반갑습니다."


김사장의 목소리는

낮은음자리표에서 아래로표기되는

"파 또는 미"음의 굵은 저음의

허스키한 색채가 짙었다.

조금 전에

"망하자 망하자 망하자!"하고

부르짖었던 어조(語調)와는

너무 상이했다.


김사장의 자기소개가 마치자마자

박전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저는 숲속에서

조용한 카페를 운영하는 박전무입니다.

카페 이름도 박전무카페입니다.

저희 카페에서는

갑각류를 다루지 않기에

매우 안전합니다."


박전무의 위트있는 자기소개가 끝나자마자

참석자들 모두

파안대소(破顔大笑)하며

분위기가 일시에 밝아졌다.


"아이쿠 죄송합니다.

갑자기 험한 단어가

제 입에서 터져나와

분위기가 어지러워졌군요."


파편화된 음식물 찌꺼기로 인해

더럽다고 푸념했던 그 사람이다.

"저는 등산하는 사람들을 돕는

등산매니저일을 하는 등산초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돌아가면서 자기소개를 마치자

자연스럽게

아이스브레이킹(ice breaking)을

조성한 듯 하였다.


이렇게 분위기가 자리를 잡아가는 중에도

그녀는 부지런히 움직였다.

부족한 음식 조리하여 채우고

빈그릇은 깨끗이 설거지하고

다시금 자리를 정돈하면서

냅킨을 가져다 주고 ....


"저도 사실 단백질 알레르기가 있고

또 복숭아 알레르기도 있어요.

알레르기로 고통을 겪는 분들의 심정

저도 쬐끔 압니다."

그녀는 발걸음을 멈추고

한마디 내뱉는다.


참석자들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된다.


"오늘 이렇게 저의 초대에 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서로 잘 알지도 못한 분들을

한 자리에 모셔서.

그런데 혹시 여러분 중에

낯가림 하시는 분이 계실까요?

진짜 알레르기는

사람 알레르기라고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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