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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르기가 준 행복(1)

갑각류 알레르기라구요!

그녀는 식사준비를 마쳤다.
식탁 위에는
평소 먹던 음식이 모락모락
연기를 피어오르면서
가지런히 자리잡고 있었다.

"자 다들 모이시죠?"
나즈막한 목소리로
그녀는 식탁에 초청받은 사람들을
불렀다.
어디에 있었는지 한 사람, 한 사람
식탁으로 다가오니
열명이 넘을 정도로
꽤 많은 사람이 되었다.

"자 건배를 하고 식사를 하지요.
누가 건배사를 하시겠어요?"
검은 양복에 갈색 중절모를 쓴
한 사내가 잎으로 나섰다.
"제가 해도 될까요?"
사람들의 시선이 이 사내에게
모아졌다.
"좋지요. 김사장이 하세요."
모두 이 사내를 아는 듯 했다.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잔을 높이 들었다.

"망(望)하자!! 망(忘)하자!!
망(望)하자!!"

낯선 구호에
잔(盞)을 높이 들은 사람들은
마치 전류에 감전된 듯
잠시 멈칫했다.

약간의 침묵이 흐른 뒤
누군가 먼저 수저들기를
기다린 그녀는
정적을 깨뜨리려는 듯
외쳤다.
"망하자 망하자 망하자
좋지요? 자 식사합시다."

멋쩍은 듯
사람들은 주섬주섬 수저를
들기 시작했다.

"자! 나물부터 먹어볼까요?
이게 방풍나물이지요?
맞나요?"

"계란찜이네요. 오랫만이네요.
저는 이것 하나만 있으면...
와우 새우젓도 들어있네요.
이것만 있으면 밥한공기는
뚝딱 해결되었어요."

여기저기에서 음식에 대한 찬사가
터져나오는데 갑자기 한 사람이
비명(悲鳴)을 지른다.
"아! 어떻게 하지요?
저 갑각류 알러지가 있는데
새우젓이 있는지도 모르고
계란찜 한 숟가락을 냉큼
삼켜버리고 말았네요."

그러자 계란찜을 숟가락에
듬뿍 담아서 밥을 얹어 입에
털어넣다가 화들짝 놀란듯이
큰소리로 묻는다.
"갑각류 알러지가 뭐에요?
그런 것도 있나요?"
그녀는 자신의 입에서 각종
음식파편이 튀어나가는 것도
전혀 의식하지 않은 채
눈동자를 가득 메운 검은 눈동자를
흰자위 가운데 모은 상태로
그 자리에 멈춰있다.

"아니 이게 뭐야?
더럽게시리. 아이 아이..."

즐거움으로 가득해야 할 식탁은
갑자기 어수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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