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너무 하네요
주여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을 때
박전무는 이미 체념한 듯
두다리를 떨면서 발은 바닥을
벅벅 긁으면서 두눈은 천장에 달려있는
하얀 LED등만을 초점을 잃은 채
응시하고 있었다.
마치 LED 안으로 빨려들어갈 듯 한
자세로.
박전무의 절친 김사장은
기운이 빠져 허탈해하는 박전무와
일어서서 포효하려는 주여사를
힐끔힐끔 쳐다보면서도
눈을 서로 마주치지 않으려고
시선이 햇살을 따라 사방으로
퍼지고 있다.
"제 남편은 말이지요
맹여사 남편과 비교할 바 아닙니다.
더하면 더했지 약하지 않습니다.
저 말이지요.
이 인간과 얼굴을 대면한 것이
애를 만들 때 이외에
최근에 빈번해지기 시작했을 뿐이지요.
맹여사님.
그다음은 어떤지 상상이 되지요?
참고로 저는 애가 넷입니다.
넷이나 낳았습니다.
그리고 산후조리도 못했는데 여기저기에서
빽.,빽..빽..울어대는데
저혼자,.. 감당할 수 없는데
박전무란 인간. 이 인간이 하는 말이
'아이들 잘 크네.'
이 한마디가 전부에요.
주여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여기저기에서 다양한 반응이 폭발한다.
"넷이나? 박전무 능력자네..."
"아이구 주여사님 고생이 말도 아니네
어찌 견뎌냈단 말이요."
"세상에나... 세상에나...어이구..."
"대한민국만세도 모자르네.
대한민국독립만세 해야 되는 것 아닌가?"
이에 질세라 맹여사가 다시 마이크를 잡고 있다.
"주여사님도 억수로 고생 많으셨네요.
아까 제가 겪는 사람 알레르기 원인이
세가지라고 말씀드렸지요?
아직 두개나 남아있어요.
두번째는 내 속을 검게 만드는 자식새끼들
때문이지요.
이 자식들이 에미인 저에게 뭐라 말하는지
아세요.
우리 키우시느라 고생하신 것은 쬐금
느끼겠지만, 힘든 것은 다 아버지 때문이지요.
우리 탓은 아니잖아요?'라고 떠듭니다.
그저 우리 여자들이 고생하고 수고한 것은
어디에서 인정받을 수 있나요?"
자녀이야기가 나오자 마자
주여사는 박수를 치며 더 흥분해서
아에 참석자들 가운데로 나섰다.
그냥 아는 것이 아니라 100% 공감하네요.
제가 요새 어려움을 겪는 것이
갱년기 증상인 줄 알았는데
이게 바로 사람 알레르기인가봐요."
바로 그 순간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마치 자기집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처럼.
모든 사람의 눈빛이 그 사람에게
집중되었다.
맹여사의 남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