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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르기가 준 행복 (6)

세상에 너무 하네요

주여사의 입술은 파르르 떨고 있었다.

주여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을 때

박전무는 이미 체념한 듯

두다리를 떨면서 발은 바닥을

벅벅 긁으면서 두눈은 천장에 달려있는

하얀 LED등만을 초점을 잃은 채

응시하고 있었다.

마치 LED 안으로 빨려들어갈 듯 한

자세로.


박전무의 절친 김사장은

기운이 빠져 허탈해하는 박전무와

일어서서 포효하려는 주여사를

힐끔힐끔 쳐다보면서도

눈을 서로 마주치지 않으려고

시선이 햇살을 따라 사방으로

퍼지고 있다.


"제 남편은 말이지요

맹여사 남편과 비교할 바 아닙니다.

더하면 더했지 약하지 않습니다.

저 말이지요.

이 인간과 얼굴을 대면한 것이

애를 만들 때 이외에

최근에 빈번해지기 시작했을 뿐이지요.

맹여사님.

그다음은 어떤지 상상이 되지요?

참고로 저는 애가 넷입니다.

배가 부르다가 꺼지게 되면

또 배가 부르고, 다시 꺼지게 되면

또다시 배가 부르고 이런식으로

넷이나 낳았습니다.

그리고 산후조리도 못했는데 여기저기에서

빽.,빽..빽..울어대는데

저혼자,.. 감당할 수 없는데

박전무란 인간. 이 인간이 하는 말이

'아이들 잘 크네.'

이 한마디가 전부에요.

그리고 또 저는 또 배가 불러가고..",


주여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여기저기에서 다양한 반응이 폭발한다.


"넷이나? 박전무 능력자네..."

"아이구 주여사님 고생이 말도 아니네

어찌 견뎌냈단 말이요."

"세상에나... 세상에나...어이구..."

"대한민국만세도 모자르네.

대한민국독립만세 해야 되는 것 아닌가?"


이에 질세라 맹여사가 다시 마이크를 잡고 있다.

"주여사님도 억수로 고생 많으셨네요.

아까 제가 겪는 사람 알레르기 원인이

세가지라고 말씀드렸지요?

아직 두개나 남아있어요.

두번째는 내 속을 검게 만드는 자식새끼들

때문이지요.

이 자식들이 에미인 저에게 뭐라 말하는지

아세요.

'누가 우리 낳으라고 했나요?

우리 키우시느라 고생하신 것은 쬐금

느끼겠지만, 힘든 것은 다 아버지 때문이지요.

우리 탓은 아니잖아요?'라고 떠듭니다.

그저 우리 여자들이 고생하고 수고한 것은

어디에서 인정받을 수 있나요?"


자녀이야기가 나오자 마자

주여사는 박수를 치며 더 흥분해서

아에 참석자들 가운데로 나섰다.


"맹여사님이 사람 알레르기라고 하셨는데

그 뜻을 저도 알겠네요.

그냥 아는 것이 아니라 100% 공감하네요.

제가 요새 어려움을 겪는 것이

갱년기 증상인 줄 알았는데

이게 바로 사람 알레르기인가봐요."


바로 그 순간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마치 자기집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처럼.

모든 사람의 눈빛이 그 사람에게

집중되었다.


"웬 사람들이

우리 집에 이리 많이 모인겨?"

맹여사의 남편이었다.


"세상에나 세상에

참 너무하네요? 어쩌면 제정신으로

들어온 적이 한번도 없는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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