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놓으세요 나도 말 좀 합시다
맹여사의 얼굴에는
이미 붉은 노을이
깊게 드리워졌습니다.
약간 흥분한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잠시 약간 푸른 색이 비친 입술을
윗입술로 살짝 눌러서 침착한 모습을
유지하려고 했습니다.
"첫 애가 다섯살,
둘째가 갓 돌이 지났지요.
도대체 작은 애가 울면 왜 첫 아이도
따라서 목놓아 우는지.
첫 아이가 콜록거리면
왜 둘째 아이도 열이 39°에서 40°를
오르락내리락 하는지.
종잡을 수 없었지요.
이것만으로도
저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마치 지구를 등에 업고 사는
느낌이었지요.
이 정도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 묻습니다.
아이아빠는 뭐하고 있느냐고.
아이를 둘이나 만들어놓고
어디로 숨은 것일까요?
그래요 그 인간은 사업한다고
2-3일에 한번 정도 집에 들어왔지요.
들어오는 시간도 대중이 없었어요.
낮이든 밤이든
때로는 새벽에 들어오지요.
들어오면 제일 먼저 무엇을 할까요?
아이 얼굴보는 것은 아니에요.
시도 때도 없이 저를 눕혀놓고
제욕심을 채우지요.
저는 황당했어요.
이런 일이 늘 반복되었고
이런 모습이 다른 신혼가정에서도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일인가하고
의문을 품었지만, 글쎄요,
일이 끝나면 뒷처리도 하기 전에
그 인간은
혼자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고
다시 출근했어요.
맹여사가 한 숨을 깊게 쉬는 순간,
한마디도 하지않던 박전무의 아내,
이 자리에 참석자 중
유일한 홍일점(紅一點)인
주여사(周女史)가 허리를 뒤틀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주여사가 일어서자 곁에 앉아
박전무가 아내의 옷자락을 휘어잡은 채
안간힘을 쓰고 있다.
"손 좀 놓으세요.
제발. 이 손 놓으세요. 여보!"
주여사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조용히 맹여사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참석자들의 귓전에
얇은 양철이 찢어지듯 울렸다.
그들의 시선도 박전무에게 집중되었다.
주여사의 표정도 이미 상기되어 있었다.
"나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맹여사님. 그리고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
맹여사의 눈동자가 매우 커졌다.
'아니 이제 시작인데.
이야기를 풀어놓으려면
시작도 안했는데.
주여사는 무슨 말을 하려고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