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을 맞춘 것은 아니겠지요?
맹여사와 주여사는
서로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두사람은 아주 작은 목소리로
짧게 대화를 나누었다.
박전무의 말이 끝나자
김사장이 일어선다.
"남자인 내가 듣기에 여사님들이
너무 오랫동안 고생을 한 것 같네요.
내가 맹여사 주여사의 입장에서 보니
이렇게 말 한마디로 퉁치고
지나갈 것은 아닌 것 같아요.
구PD는 입가에 미소를 띠면서
주섬주섬 필기도구를 찾다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사실, 저도 할 말이 없어요.
늘 연극한다고, 영화 찍는다고 집을 나가서
돌아오지 못하고, 집으로 들어오면
손님들 데리고 와서 파티열고...
이래저래 아내는 애들 키우느라
손님 접대하느라 고생이 많았지요.
두분 여사님과 하나가 되어
아마 천장이 저 높은 곳으로
날라갔을거에요."
오박사는 턱을 왼손에 얹고
비스듬히 앉아있다가
이 말을 듣자 모두 뜨악한 표정을 짓는다.
김사장 박전무 성부장은 동시에
놀란 표정으로 뭔가 중얼거린다.
"아니 오박사?
지금도 우리가 곤경에 빠졌는데
여자문제까지 거론하는가?
도대체 어쩌자구!".
오박사는 참석자들을 돌아보면
웃으면서 대답한다.
"개인병원이라고 하는 것이
어떤 곳인지 아시나요?
출퇴근 시간도 없어요.
월세로 구입한 진단기구,
보다 새로운 신형 치료기구를 도입하려면 한두푼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 빚을 갚으려면
환자를 많이 받아야해요.
게다가 간호사 월급도 챙겨야지요.
유능한 간호사를 붙잡으려면
연봉을 더 많이 올려주어야 해요.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오늘 내일로 끝날 것 같지
않다는 것입니다.
흠..
이것으로 끝나지 않지요,
하루종일 환자만나고 돌보고 있는데
아내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냅니다.
혹시 내가 간호사 , 자주 오시는 환자,
또는 거래처 직원들과 썸씽이 있지않을까?
이렇게 엮이면 쉽지않지요.
설명하기도 힘들고.
맨처음에는 나는 이렇게 고생하는데
왜 아내가 부질없는 고민을 할까 하고
도리어 아내를 불신하고 분노하고
짜증을 냈었지요.
아마 시간이 더 흘렀으면
이혼도 불사했을 것입니다.
길고긴 오박사의 이야기는
작은 소설같이 들렸다.
작은 침묵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이 때 구PD가 나섰다.
"마치 우리 대화가
조반니 보카치오(Giovanni Boccaccio)의
데카메론(Decameron)으로 들려집니다.
데카메론 다 아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