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소재인 것 같아요 사람 알레르기
"데카메론아라구요?"
맹여사와 주여사 모두 한목소리로
묻는다.
구PD는 읏으면서 대답한다.
"네 열명의 남녀가 각기 다른 주제로
100편의 이야기를 나누어 만든 책이지요
오늘 이 자리에 모인 분들이 10명 정도
되잖아요.
오늘 우리가 이 자리에 모인 것은
맹여사의 초대에 응했는데
알고보니 우리 모두 성부장과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이이지만
서로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 것 같습니다.
김사장과 박전무 두분을 제외하고.
사실 성부장 내외. 박전무 내외의 이야기가
우리들과 전혀 무관한 내용은
아니잖아요. 모두 유사한 경험을 하고있고
조용히 말도 읺고 듣기만 하던
구PD가 이렇게 청산유수로 말을 잘 하는지
성부장은 사뭇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맹여사는 본래 구PD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는데
유창하게 말을 하는 것을 보고 순간
깊이 빠져들고 있었다.
"사실 제 아내도 맹여사와 같은 증세를
앓고 있어요. 오늘 처음 알았네요.
그것이 사람 알레르기라는 사실을.
게다가 그 원인과 책임이 저에게 있다는 것을.
그래서 순간 제머리에 스치며 떠올랐어요.
사람 알레르기라는 것이 어제오늘 일로
앓게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매우 긴시간 동안 누적된 것 아닐까요?
그런데 맹여사가 먼저 고백해주시고
성부장도 자기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지요.
그래서 우리 모두 이러한 일에 대해서
조금 더 깊이 돌아가면서
하루에 한 가정씩 자기 이야기를
쏟아놓는 것이 어떠하겠어요?
어쨌든 우리 모두 가정을 지키면서
오늘도 살아가고 있지 않나요?
그동안 묵혀왔던 일들,
우리를 괴롭히던 과거,
우리 관계를 얽히게 만들어
어찌보면 엉킨 채 풀어낼 수 없다는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내고
또한 우리들의 이야기를 잘 풀어서
우리들과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는
부부들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만들면
좋을 것 같은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오박사는 환하게 웃으면서
동조하고 나선다.
여태까지 한 마디 하지않고
식사에만 집중하던 차회장.
그는 조그만 중소기업을 두어개 운영하는
사업가이다.
"저 사실 오늘 맹여사의 초대가
짧은 시간에 끝날 줄 알았어요.
식사하고 간단히 차를 마시는 정도로.
지방 출장이 잡혀 있어서.
그런데 출장 지금 연기해버렸습니다.
오고가는 대화의 내용이
너무 흥미진진하게 전개가 되어서.
사실 원인은 다르지만
사업을 하면서 저도 맹여사와 같은
아니 아주 비슷한 증세를 앓고 있어요.
구PD님의 제안도 너무 좋구요.
차회장의 난데없는 발언에
참석한 모든 이들의 관심이
한데로 모이는 것 같았다.
마치 일이 다 성사된 듯 흥분해서
거칠어진 목소리로 대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