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떻게 해
맹여사는 오박사를 바라보면서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아니 오박사님까지 왜래?
구PD야 소재를 찾으려고
동분서주하는 그런 사람이니까
그렇다고 해도.
도대체 남자들은
이런 자리에서 '내가 잘못했소.'라고
한마디만 말하면
대단히 용기있는 행동이라고 간주하는가!
그동안 긴긴세월
우리 가슴에 낸 깊은 상채기가
말한마다로 퉁치고 치유된다고
여기나봐.
다들 웃기고들 자빠졌네."
맹여사는 심기가 매우 불편한 듯 보였다.
곁에 있던 주여사는 노골적으로
불편함을 드러냈다.
"아니. 이게 뭡니까?
지나간 세월동안 우리가 겪은 고통이
그렇게 단순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가해자의 입장은 늘 그렇군요?
구PD는 우리가 겪은 고통을
좋은 소재로 삼으세요.
당신은 모든 고통과 아픔이 그저
돈벌이의 소재로만 생각하는군요.
그렇게 만든 작업의 결과가 우리에게
무엇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오박사님 역시
클라이언트 입장이 아니라
가해자 입장에서
우리 문제를 다루고 있군요.
매우 실망입니다.
여러분이 청산유수처럼
내뱉으신 말에서
아픔의 공유, 고통에 대한 공감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어요.
잘목했다고요?
여자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었나구요?
지금 제가 겪는 사람 알레르기가
어느 정도 심각한 지를
전혀 알려고도 하지 않는
당신들로 인해
지금 증세가
더욱 심해지고 있습니다.
아우 .,. 미치겠어요."
주여사의 호소가
맹렬한 폭격같이 쏟아지자
모두 얼어붙은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박전무는 고개를 푹 숙이고
그저 바닥으로 깊이 빠져드는 것 같았다.
주여사의 폭로가 끝나자마자
맹여사는 혼자
마음으로 새기려고 했던 태도에서
자세를 바꾸어
그러나 조금 냉정함을 유지하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주여사님 고마워요.
제가 드리려고 했던 바로 그 말씀을
있는 그대로 전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사실 제 남편 성부장을 비롯해서
여러분이 사과한다는 립 서비스로
이 순간을 퉁쳐서 넘어가려고 했을 때
이 모임을 만든 당사자라는 사실을
순간적으로 망각하고 이 자리에서
뛰쳐나가고 싶었습니다.
아... 내가 토로(吐怒)한 알레르기가
이 정도로만 받아들여지고 있구나 하고.
어쩌면 여러분은 생각이 똑같을까요?"
맹여사와 주여사는 갑자기 울먹울먹하면서
눈가에 눈물이 가득 고이는 듯 했다.
다시 무거운 침묵이 시작되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구PD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죄송합니다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단지 훌륭한 소재라는 관점에서
특히 사업적으로 언급했던 것은 아닙니다.
맹여사, 주여사님 뿐 아니라
동일하게 고통을 겪는 분들의 처지를
보다 심도있게 공감하고
또한 가해자인 분들이
깊이 느끼지 못했던 부분을
더 깊이 들여다보면서
이 자리에 계시지 않은 많은 분들과
공감대를 넓혀서
그 다음단계로 나사가고자 했을 뿐입니다.
아마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람 알레르기라는 문제를
표현조차 하지 못하는 많은 분들을
우리가 대신해서
나누고자 하는 의도에서
아이디어가 좋다고 한 것입니다.
결단코 단순하게 오락적인 차원에서
말씀드린 것은 아닙니다.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구PD의 진지한 태도는 어떤 반전을
가져다주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