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를 나눈다
구PD의 절절한 설명이 끝나자
침착하게 듣고 있던
오박사가 말을 잇는다
"물론이지요.
길고긴 시간동안 겪었던 고충을
이 순간 한마디 사과로
넘어가려고 했다면
우리 남자들이 정말 나쁜 사람들이지요.
하지만 지금 겪고 있는
알레르기 증상이 완화되도록
의료적이고 심리적 접근을 해야하고,
고통을 주었던 우리 남자들이
새롭게 변화되어
전향적인 모습을 드러내야 하지요.
동시에 우리들의 미래는 지금
우리를 괴롭히는 알레르기가
도리어 행복의 전환점이 되도록
만들어야겠지요.
구PD님이 말씀했듯이
우리들만의 아픔으로 국한시키면
맹여사님이 우리를 한자리에 초대한
그 의도가 희석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좋은 생각이라고
저도 동의한 것입니다."
오박사의 논리정연한 설명이 이어지자
머리를 숙이고 듣고있던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면서 환한 표정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이때 성부장이
또렷한 음성으로 말한다.
아내 맹여사의 얼굴을 보면서.
"내 마음도 같아요.
맹여사.
아니 여보. 솔직하게 말하면
당신이 겪는 고통이 사람 알레르기라는
단계까지 이르렀는지
잘 몰랐어요.
이 또한 내 잘못입니다.
더 큰 잘못은 다른 남편들도
모두 나처럼 살고 있겠지라고
생각했다는 것이지.
아니 내 아내의 삶도
다른 여인과 비슷하겠지.
그 이유는 내가
그다지 뛰어난 비범한 존재가 아니고,
맹여사 당신도 평범한 여성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오.
오늘 모두 나누는 대화를 들으면서
내 아내 아니 이 자리에 참석한 분들
하나하나 독특한 존재요
각기 다른 삶을 살아왔다는 판단이
서게 되었어요.
이 나이 먹도록 이와같은 생각을
이제사 처음하게되었으니,
나는 나이를 헛먹었고,
인생을 부질없이 살아온 것 같소.
미안하오. 미안합니다."
성부장은
때로는 격하게 울먹거리며
어깨를 들썩거리고 있었다.
김사장이 대화에 뛰어든다.
"오늘 이 자리에 오길
참 잘한 것 같습니다.
맹여사님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다른 말이 아니라
저자신을 돌아보는
귀중한 기회를 만난 것 같습니다.
종종 불심(佛心)을 엿보려고
산사(山寺)에도 가보기도 하고,
신심(神心)을 알아보려고
성당(聖堂)에도 가보았지요.
그러나 바로 이 자리가
그 어떤 장소보다
더 감동적이고 깨달음을 갖게하는
귀한 자리가 된 것 같습니다.
특히 나 자신에 대해.
그리고 우리부부에 대해
무엇보다 아내를 향한
나의 언어와 태도에 대해
깊이 돌아보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박전무는 슬금슬금 아내인
주여사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주여사의 손을 꼭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