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짝이 된 인생
어머니를 내 곁에서 떠나보내는
그날.
어머니의 육신을 땅에 묻기 위해
개구리가 처량하게 노래부르는
논두렁 밭두렁 길을 따라
산등성이로 올라가는데
나는 일면식도 없는 분의 등에 업혀갔다.
4월 중순
진달래와 철쭉으로 가득한 산은
분홍빛으로 그득 물들어 있었다.
예배를 드리고 난 뒤
어머니가 다시 일어날 수 없도록
힘있는 사내들이 밟고 또 밟았다.
오랫만에 만난 육촌형님은
진달래 꽃을 몇개 따서
말없이 내 입에 넣어주었다.
나는 하늘을 쳐다보았다.
어머니는 이미 하늘에 계시리라.
저 사람들이 하는 일은 썩어질 육체
이미 생명이 떠난 육신을 묻는 것이리라.
4학년 밖에 되지 않는 나는
이미 생사(生死)을 초월한 듯
속으로 뇌까렸다.
그래 사람은
흙에서 태어나서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결코 아니다.
사람은
하늘을 떠나 이곳에서 잠시 머물다가
다시 하늘로 돌아가
영원히 그곳에서 사는 거야.
나는 어머니가 계신 하늘을 보며
나도 곧 하늘로 돌아가리라고 생각했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며칠동안 어디에서 부터
하늘이 시작되는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공중(空中, in the air)과
구름이 흐르고 노니는 푸른 하늘(sky)
그리고 어머니가 계신 하늘(heaven)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늘(sky)은 땅(earth)
즉 지면(地面)과 분리된 그곳에서 시작하며
공중(in the air)은 하늘(sky)의 일부분이고
하늘(heaven)은 땅과 하늘을 포함하면서
동시에 초월(超越)하는 차원이라는 것을.
지금 어머니는 하늘에 계시지만
동시에 내 곁에 함께 하고 계신다는 사실을
나는 알게 되었다.
알고보니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나는
땅에서도 하늘을 사는 존재였다.
"왜 이런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을까?"
4학년이 되는 나는
여름방학을 앞두고 깨닫게 된
이 사실로 인해 키드키득 웃으며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