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뜩한 여행
어머니가 떠난 자리는
너무 너무 거대했다.
아버지의 존재와 어머니의 그림자는
전혀 비교할 수 없었다.
가끔 가을바람이 솔솔 불어
창호지 찢어진 문틈 사이로
허락도 받지 않고 들어올 때
나는 어머니가 다시 오실까
머리를 조아리고 기다리곤 했다.
80명이 한 교실에서 공부할 때
5등 이내를 차지했지만
어머니를 여의고나서는 10등 밖으로
밀려나 다시 회복하지 못했다.
한번 밀려난 자리를 되찾는 일은
과외도 없고 학원도 다니지 못하고
참고서도 없이 공부하는 나혼자의 힘으로는
쉽지 않았다.
그저. 가방을 들고 목발에 의지하여
등하교를 하는 일은
의무방어전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6학년 때 즈음이리라.
저학년 교실은 저층,
고학년 교실은 고층에 위치한 이유로
6학년 교실은 5층에 위치하고 있었다.
수업이 끝나면 콩나물 시루와 같은
교실에서 둑이 터진 하수구같이
아이들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나는 많은 아이들과 함께
수많은 계단을 통해
교실을 빠져나와야 했다.
목발을 짚고 계단을 내려오는데
한 아이가 나를 밀어버린 것이다.
순간 나는 부----ㅇ 하고
하늘을 높이 날았다.
수많은 계단들이 눈 아래에 펼쳐졌고
뛰따라 내려오던 아이들의 발걸음은
"아--------ㄱ!"
외마디 비명과 함께 멈췄다.
하늘이 도왔을까?
마치 공중부양을 하던 스키가
하얗게 펼쳐진 눈 위로 착지하듯
나는 계단 아래 편평한 곳에
안전하게 내려앉았다.
나를 밀어버린 아이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있었다.
다른 아이들은 나에게 달려와
"어디 다친 곳은 없니?"하며
묻는다.
너무 섬뜩했다.
그때 심하게 다쳤다면 어찌 되었을까?
그날이후로 나에게
계단공포후유증이 발발했다.
엘리베이터란 이름조차 들어본 적이 없던
당시에 계단은 숙명이었다.
아!
어머니가 계신 하늘로
나도 갔으면 좋았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