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가니?

국민학교 졸업여행의 아픔

어느덧 6학년 2학기가 되었다.

나에게 소풍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

어머니가 내곁을 떠나가시기 전

2학년 때 어머니와 함께

소풍을 갔던 때를 제외하고

한번도 가본적이 없었다.


이제 어머니도. 계시지 않고

아버지는 다른 사람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며

내가 소풍을 가는 것에 대해

좋아하지 않으셨다.


그런데 6학년 졸업여행만은 달랐다.

다섯삶터울의 막내누나가

직접 김밥을 싸면서 내가 소풍 가는 일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목발을 짚은 나는 베낭을 메고

학교교정을 향해 달려갔다.

"소풍이라니!! 김밥도 먹고

큰 차 타고 송도(松島)로 간다."


학교정문을 들어서니

저만치에 대형버스들이 눈에 띄었다.

담임선생님은 아이들 하나하나

머리를 쓰다듬으며 반겨주셨다.


선생님 앞으로 나는 다가섰다.

이 순간,

나를 바라보시는 선생님의 표정을

50여년이 지난 오늘에도 잊을 수 없다.


"너도 가니?"


선생님은

베낭을 메고 목발을 짚은 어린 학생이

소풍을 가는 것은 상상조차 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 한마디에 나는

정신이 육신을 떠나

하늘로 날라가는 것 같았다.


버스에 몸을 싣고

송도로 향해가는 여정은

땅과 분리되어 공중에서 방황하고 있었다.


송도에 도착해서 김밥을 입에 넣었지만

모래를 씹는 것 같았다.


사실 선생님은 참 좋은 분이시다.

우리 반에 소아마비 학생이

다섯명이 있었는데

우리들을 위해 배구공을 주시면서

점심시간에 잘 지내라고

배려(配慮)를 하신 분이었다.

아마 그런 분이시기에 소풍을 가겠다고

집을 나섰던 것 같았다.


그러나 신뢰했던 선생님이셨기에

그분에게 들려진 한마디가

지금도 가슴깊이 남았던 것 같다.


오늘은 스승의 날이다.

유독 국민학교 6학년 담임선생님이

그립다.



저는

선생님을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이글을 쓰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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