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일 수 있지요?

내 뜻대로 한 것이 없어요.

불현듯 생각이 스쳐가네요.

나는요.

내 의지와 관계없이

이 땅에 오게 되었어요.


부모님께 여쭈었지요.

불현듯 생각이 스쳐가네요.


나는요.

내 의지와 관계없이

이 땅에 오게 되었어요.


부모님께 여쭈었지요.

"왜 나를 낳으셨어요?"


부모님은 지체없이

대답하셨어요.

"너 같으면

너란 아이, 알고 낳았겠냐?

모르고 낳았으니

같이 살아가는거지."


그래서 또 여쭈었지요.

"두분은 어떻게 만나서

지금까지 살아가시나요?"


이 질문에도 서슴치않고

대답하셨어요.

"어쩌다 만나서 사는데

아직도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

그저 알아가고 있지.

다 알게 되면 그 날이...

이게 사랑이겠지?"


하여튼 나는 이런 부모님 아래에서

나와 부모님 의지와 의도와

상관없이 태어났어요.


제 이름도 제가 짓지 않았어요.


그분들이 저의 의사를 묻지도 않고

저의 이름을 지었지요.

어쨌든 그 이름으로

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살아가지요.


곰곰히 따져보니

제 이름조차도

내가 나를 부를 때보다

다른 사람에 의해 불릴 때

주로 사용되었네요.


나는 내 이름을

언제 나에게 불렀을까요?


하하하.


알고보니

출근길에도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

그분이 저를 태워주셨지요.


돌이켜보니

나와 만나고 관계를 맺고

지금까지 함께 지내온 분은

스치고 만난 사람들 중

몇분 되지 않아요.


그런데 그분들 덕분에

사랑의 빚을 지고

지내온 것이겠지요.


이렇게 다른 사람에게

신세만 지다가

나의 호흡이 끝나는 날

나의 마지막까지도

나를 안다고 하는 다른 사람

아니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 의해

땅에 묻히겠지요.


이게 인생이네요.


하하하하하하


그런데 착각했네요.

마치 내 힘과 내 뜻으로

내 인생을 좌지우지 하려고 했으니

게다가 남의 인생에까지

간섭하려고 했으니.


오늘도 신(神)이 허락한

대지(大地) 위에서

그분이 허락한 공기(空氣)를 마시며

그저 지내렵니다.


또 내일이 오겠지요?

어쩌면 오늘이 이 땅에서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겠지만.


이 또한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으니까.


오늘이 마지막이라면

내일은 영원 속에서 만나겠지요?


하여튼 사랑합니다.

오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나는 나와 당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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