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의 공포
학교를 다니면서 가장 재미있으면서도
불편했던 시간은
바로 점심시간이었다.
무상급식(無償給食)으로 바뀐 지금
알고보면 점심 도시락 만큼
추억이 많이 깃들여있던 문화가
또 있을까?
한반에 7~80명이었던 시절
항상 3~4명은 도시락을 싸오지 못했다.
어머니가 안계셔서.
어머니가 일찍 돈벌러 나가셔서.
어머니가 계모래서.
하여튼 상황이 각자 매우 달랐기에.
그래서. 어떤 선생님은
도시락을 2~3개 싸오셔서
은밀하게 그 친구들에게 전해주었던
추억이 생각난다.
나는. 주로 마른 반찬을 가져갔는데
병에 김치를 담아 갖고 다니던 애들이
부러웠던 적이 있었다.
목발을 짚고 가방을 들고 다니니까
가끔 김치를 담은 병이 금이 가거나
때로는 뚜컹이 잘 닫히지 않아서
김칫국물이 새어나와
가방 안에 있던 교과서들이
죄다 붉게 물들었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하긴 요새 아이들은
교과서조차 교실 내 사물함에 넣고 다니며
급식으로 식사를 대신하니까
내가 겪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면
아마 조선시대 중기쯤에나 겪을 일이라고
비웃을지도 몰라.
이런 점심시간에 교실을 돌아다니며
섭식지도(攝食指導)를 하셨던 선생님이
불현듯 뇌리를 스쳐간다,
당시 대부분의 도시락은
양은이라는 쇠붙이로 된 것이 일반이다.
최근에는 대부분 플라스틱이겠지만,
사실 도시락의 밥은 상당한 부분
심하게 뭉쳐있어서 많은 친구들이
도시락에 물을 부어서
빠른 시간에 점심을 해치우려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점심식사를 빨리 하고
운동장으로 나가서
뛰어 놀고 싶은 마음도 컷겠지만.
이때 교실을 돌아다시면서
늘 이렇게 가르치셨던 선생님이 계셨다.
어떤 친구는 이미 도시락에 물을 부었고
또 다른 친구는 물을 반쯤 붓고 있다가
선생님에게 들키곤 했다.
그러면 어김없이 선생님의 손에 들린
드럼채가 날라왔다.
점심시간에 돌아다니시는
선생님의 열정적인 가르침 때문일까?
그래서 그런지
라면국물에 밥을 말아먹는 것을
정도(正道)라고 주장하면
나는 매우 낯설다.
몇년 전에 어느 교수님이 말씀했지.
"국물에 밥을 말아먹지 읺아도
체중5kg을 줄일 수 있어요,
그 이유는 국물의 대부분이
염분(鹽分)덩어리이거든요.
나는 속으로 웃었다.
이미 중학교 시절부터
나는 그 일을 실천에 옮기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