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은 내지 마세요
중학교 2학년이 되었을 때
총각담임선생님이 기억납니다.
선생님 담당과목은 국어였지요.
그분의 이름은 강사민(姜思民)이지요.
선생님은 매우 열정적이었지요.
하루 수업이 끝나면
선생님은 우리들의 귀가(歸家)를
허락하지 않았어요.
매일 영어 수학 국어 과제를 주셨지요.
주어진 양(量)을 다 수행하면
먼저 집으로 기는 과제였어요.
우리들은 "공부 잘하는 아이에게만
유리한 제도"라고 하며 수근거렸지요.
그러나 우리는 불평할 수 없었어요.
그 이유는 제일 마지막으로
귀가하시는 분이 담임선생님이셨기 때문이지요.
나중에 깨닫게 된 일이지만
선생님의 의도는 이러했어요.
일정시간 즉 약1시간 정도 지나면
약 10~15명정도가 남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집으로 갑니다.
결국 선생님께서 내주신 과제는
학생들의 약80%가 한시간 이내에
수행할 수 있는 정도의 분량이었습니다.
나머지 20%정도 학생들
(늘 동일한 학생이지만)은
선생님으로부터 일대일 지도를 받았지요
국어선생님이지만
중2수준의 영수국(英數國) 정도는
지도할 수 있었다고 보여집니다.
사실 20%에 해당하는 학생들은
학업성취수준도 낮았지만
실제로 학원이나 과외를 받을 형편이
안되는 친구들이었지요.
사실 몇시즈음에 귀가했는지
저는 잘 모릅니다.
중요한 사실은 학급평균이
늘 상향곡선(上向曲線)을 그리다가
7월에는 학년 최고가 되었다는 것이지요.
제가 학교다닐 때
가정방문제도가 있었지요.
일년에 상하반기로 두번 있었어요.
4월 정도 되었을꺼에요.
선생님은 우리 집을 찾아오셨지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회사를 다니는
막내누님이 휴가를 내고
선생님을 대접했지요.
저는 아직도 이 커피 브랜드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그저 우리끼리 이렇게 불렀지요.
"미제커피" 또는 "미제병"
아마 커피는 미국에서 수입된다고
믿었기에 그리 불렀던 것 같아요.
누님은 옆집에서
MJC coffee 두스푼을 얻어다가
선생님께서 집에 오셨을 때
커피 대접을 했습니다.
아주 작은 정성이었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었습니다.
학교에 가니 선생님께서 저를 불렀습니다.
"계윤아. 보충수업비는 내지 마라.
그대신 공부를 열심히 해라."
목발을 짚은 제자.
커피 한잔밖에 드릴 수 없는
가난한 제자의 형편을 보시고
선생님은 보충수업비를 감면해주셨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내가 내지 않은 보충수업비는
선생님께서 자비(自費)로 충당하셨더군요.
목발을 짚은 가난한 중학생
선생님은 이렇게 조용히 지원했지요.
중요한 사실은 이 선생님께서
지금도 생존해계신다는 사실이지요.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아마 선생님께서
전혀 기억하지 않고 계실꺼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