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채화(水彩畵)가 싫어요.

그림에 소질이 없나봐요

중3때 일입니다


담임 선생님은 영어를 가르치셨지요.

그런데 선생님 눈빛은

마치 도교(道敎)에 심취해있거나

노장사상(老壯思想)에 빠져있는 분 같았지요.


내가 다니는 학교는 야구를 잘 했기에

나는 종종 운동장에서 야구부 친구들이

연습게임하는 것을 구경하곤 했지요.


어느날 야구구경에 몰입하다가

수업시작하는 종소리를 듣지못했어요.

좌우를 돌아보니 아무도 없었어요.

허겁지겁 목발을 짚고 교실로 향했지요.


이미 수업은 시작했는데

문을 열고 교실로 들어온 나의 모습을

선생님은 어떻게 보셨을까요?

어이가 없었겠지요.


약10초간 정적(靜寂)의 시간이

흘렀지요.

수업하던 아이들의 시선은

내가 아닌 선생님에게로 집중되었어요.

과연 선생님은 어떻게 하실까?


"네 안주머니에 뭐가 있니?"

선생님은 나에게

생뚝맞은 질문을 하셨지요.

저는 교복 안주머니에 있는

기드온(GIDEON)

작은 성경책을 꺼냈습니다.

추즉하기로는

"너 담배피다 늦게 온 것 아니냐?"라고

말씀하시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빨간 성경책.


선생님은 아무 말씀도 없이

"자리로 들어가 앉아라."라고 말씀하셨지요.



5월 중순의 하늘을 푸르렀습니다.

미술 선생님은 야외수업을 하자고

제안했지요.

아이들은 신나서 소리를 질렀지요.


스케치북과 포스터 컬러,

붓과 팔레트 등

목발을 짚고 이들을

모두 들고가는 일은

용이한 일이 아니었습다.


그래서 짝꿍 친구에게 부탁을 했지요.

일부 준비물을 들어달라고.

사실 학교생활에서

친구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쉽지않았을 것입니다.


계단에 앉아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사실 나는 그림에 자신이 없었어요.

다리에 힘도 없는데 손재주도 없었기에.


스케치북에 포스터컬러를 물에 풀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지요.

중학교 수업시간 45분은

너무 빠르게 지나갔어요.

교실에서 운동장으로 이동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35분도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어느덧 시간이 끝날즈음

아이들은 그림이 그려진 스케치북과 함께

주섬주섬 준비물을 들고 교실로 향했어요.


이미 나의 두손은 포화상태였습니다.

짝꿍은 자기 물건에 내 물건을 포개서

교실로 뛰어갔어요.


나는 그리던 스케치북을 적당히 접어서

교실로 들어왔지요

교실에 들어오니 내손에

참담한 결과가 주어졌습니다.


수채화(水彩畵)가 그려진 스케치북에

이미 그려진 물감들이 뒤섞여서

엉망진창이 되었습니다.


"아!!! 이번 그림도 망했다.

사실 그렇지않아도 망했는데

뭐 더 망할 것이 무엇이 있겠냐만은

하여튼 수채화가 추상화로 변해

뒤죽박죽인 된 그림은 ...."


아 나는 수채화가 싫다.

싫어.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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