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기기(補助機器)를 맞추다(2)

굽은 허리가 곧게 펴지다

이미 휘어버린 왼쪽 다리는

그대로 놓아두고

오른쪽 다리에만 보조기를 맞추었지요


"내가 단지 연약한 다리가 아니라

내 인생의 무게를 지탱해 오느라

휘어버린 다리를 의지하여

오늘까지 지내왔구나."라고

생각하니 구불구불 휘어져돌아가는

17년 짧은 생의 고단함.

앞으로 걸어가야 할 삶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처남 L.S.J작품


주문한 지 일주일만에

다시 신문로 보조기상사로 갔습니다.


허리에 벨트로 연결하고

발바닥까지 연결하는 보조기에 맞는

구두까지 한세트로 정착했어요.


마치 돈키호테처럼

아니 로보트 태권브이처럼

쇠붙이로 된 다리를 장착해서

목발을 짚고 일어섰습니다.


나는 보조기를 장착하면

목발없이 다닐 줄 알았지요.

그러나 여전히 목발을 의지해야 했습니다.

달라진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눈높이가 확연히 달라졌지요.


보조기가 없을 때에는

전적으로 목발을 의지해서

허리를 구부정한 자세로 다녔지요.

그런데 보조기를 장착하면서

굽어진 허리가

직선으로 고추세워지고

나는 직립원인(直立猿人)이

되었습니다.

처남 L.S.J.작품


허리는 꼿꼿하게 세워지면서

어깨도 활짝 펴게되고

키도 훌쩍 커진 느낌을 갖게되었지요.


주변에 나보다

키가 커보였던 친구들이

하루아침에

나보다 작은 친구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체구가 달라지니까

나의 자신감이 달라졌습니다.

당당해진 나를 바라보면서

고3시절을 맞이하게 된 것이죠.


처남 L.S.J. 작품

순간 또다른 착각이

나를 지배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목발을 짚지 않은 모습이

나의 정체성인 줄 오해하게 되었지요.

즉 나 아닌 나를 내모습인 줄

알기 시작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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