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서클 "샘"에 가입하다.

나는 문학소년일까?

고2때였다.

교회에 갔더니

같은 고등학교 1년 선배들이

몇명이 있었습니다.


그중 한명

(지금은 고인이 된 이종호)이

나에게 말을 걸었지요.

"너 글을 잘 쓰는 것 같은데

문학서클에 들어왔으면 좋겠다."


나는 선배의 권유에 아무런 생각없이

"네 알겠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는 이렇게 "샘"에 가입했어요.

이 서클은 서울시내 19개 남녀고등학교에서

백일장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친구들이

일주일에 한번씩 모여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고

서로 피드백을 주는

건강한 모임이에요.


당시에 고등학생들의

학교외 서클활동은.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미 이 서클은 10년이상

유지되어왔고 샘 출신의 선배들도

함께 참여하여 서로에게

긍정적 자극을 주고 있었습니다.


이 멋진 모임에

나는 무임승차(無賃昇車)하듯

가입하여 활동하게 된 것이지요.


매주 버스를 타고 서대문을 향해

나아갑니다.

1974-5년 우미예식장이 위치한

그곳 뒤에는 학생들에게 서클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장소를 임대해주는 곳이

있었습니다.


나는 다른 학생들보다 일찍 그곳에 가서

학생들을 기다리고 했지요.

매주 월요일 저녁 그들이 창작한 작품

곧 수필, 시, 산문 등을 듣는 일은

고등학교 기간에 누릴 수 있는

유일한 즐거움이었습니다.


지금도 돌이켜보건대

고등학교 1-3학년생들이

-기껏해야 입시준비에 매진할 뿐인데-

어떻게 그런 주옥같은 작품들을

매주 창작해내는지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이들은 목발을 짚은 나를

스스럼없이 받아주었지요.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든 것을 사랑하는 영혼을

지닌 것으로 보였지요


고등학교 2학년 1학기 말

즉 6월이 되었을 때

나는 "샘(Fountains)"의 회장으로

선출되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회장"이란 직함을

받은 것이지요.


문학서클의 회장.

여러분들은 제가 왜 회장이 되었는지

아십니까?


사실은 다른 학생들은 대학진학에

올인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실제로 나도 대학진학 공부를 해야하는데

아니 더많이 집중해야 하는데

상업고등학교를 다닌다는 이유로

그들은 나를 회장으로 선출한 것입니다.


회장이 된 나는

2학기 중반에 개최해야 할

"문학의 밤" 준비를 시작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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