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리더의 자리에 서다

다음 내가 서야할 자리는?

문학의 밤은 잘 끝났어요.

내가 원했던 것은 아니지만

비록 작은 모임이었어도

리더의 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1974년.

아직 장애인(障碍人)이란

용어조차 없었던 시절.

여전히 장애인차별이

일상화되던 그 때,

장애인들끼리의 모임도 아닌

일반인들 조직 안에서

나는

비장애인들의 편견없는 지지속에

리더가 되었고

그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협력 가운데

첫번째 문학의 밤을

잘 이끌게되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해 본 회장(會長)


인사말을 끝내고 목발을 짚고

단상(壇上)에서 내려올 때

어둠 속에서 우뢰와 같은 박수소리를

나는 들었습니다.


비록 나를 향한 것이 아니고

문학의 밤.

시작을 축하하는 환호였지만

첫 테이프를 끊는 역할이

지체장애인 당사자인

나를 통해 이루어진 것이지요.


약200여명이 참석했습니다.

큰 모임이었다.

시 한편, 수필 한꼭지., ..

낭랑하고 순백색의 음성으로 읽어가는

회원들의 모습을 옆에서 보면서

즐기고 있는 나를 발견합니다.


내가 초대한 친구 두명의 클래식기타연주는

청중들은 문학과 음악으로 묶었어요.


행사가 다 끝나고

친구들은 행사장 청소 등 마무리를 하며

준비과정에서 부터 일어난 일과

행사가 끝날 때까지의 이야기를

소탈하게 나누면서 웃음꽃을 피었지요


11시가 다 되어서야

나는 집으로 돌아왔어요.

"우리 막내가 그런 큰 행사를 이끌다니

대단하다."

유일하게 행사에 참석했다가

일찍 집에 돌아온 막내누이가

식구들 앞에서 내 칭찬을 합니다.


곧 통행금지(通行禁止) 사이렌이 울리면서

나는 단잠에 곯아 떨어졌습니다.


어느덧 고3.

진학반 수업은 쏜살같이 진행되었습니다.


상업고등학교에서 취업반이 아닌

진학반을 선택했지만

여전히 내가 가야할 길은 막막했습니다.


"이과? 문과?

그래. 이과(理科)는

신체가 건강해야 하는데.

나는 안되겠지?

그럼 문과(文科)?

어디를 가야하지?"


또다른 과제가 내 앞에 놓여있었습니다.

며칠전. 사법고시에 합격한

소아마비 남자들이 면접에서 탈락해서

사법연수원에 들어가지 못했다는

슬픈 소식은 나를 더 힘들게 했습니다.


그럼 나는?


예비고사 시험일자가 다가오지만

나는 불투명한 미래를 생각하면서

교정을 힘없이 바라보았습니다.


단지 10개월동안 준비하는데

이마저도 방향을 잃었구나.


무엇을 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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