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내가 서야할 자리는?
문학의 밤은 잘 끝났어요.
내가 원했던 것은 아니지만
비록 작은 모임이었어도
리더의 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아직 장애인(障碍人)이란
용어조차 없었던 시절.
여전히 장애인차별이
일상화되던 그 때,
인사말을 끝내고 목발을 짚고
단상(壇上)에서 내려올 때
어둠 속에서 우뢰와 같은 박수소리를
나는 들었습니다.
비록 나를 향한 것이 아니고
문학의 밤.
시작을 축하하는 환호였지만
첫 테이프를 끊는 역할이
지체장애인 당사자인
나를 통해 이루어진 것이지요.
약200여명이 참석했습니다.
큰 모임이었다.
시 한편, 수필 한꼭지., ..
낭랑하고 순백색의 음성으로 읽어가는
회원들의 모습을 옆에서 보면서
즐기고 있는 나를 발견합니다.
내가 초대한 친구 두명의 클래식기타연주는
청중들은 문학과 음악으로 묶었어요.
행사가 다 끝나고
친구들은 행사장 청소 등 마무리를 하며
준비과정에서 부터 일어난 일과
행사가 끝날 때까지의 이야기를
소탈하게 나누면서 웃음꽃을 피었지요
11시가 다 되어서야
나는 집으로 돌아왔어요.
"우리 막내가 그런 큰 행사를 이끌다니
대단하다."
유일하게 행사에 참석했다가
일찍 집에 돌아온 막내누이가
식구들 앞에서 내 칭찬을 합니다.
곧 통행금지(通行禁止) 사이렌이 울리면서
나는 단잠에 곯아 떨어졌습니다.
어느덧 고3.
진학반 수업은 쏜살같이 진행되었습니다.
상업고등학교에서 취업반이 아닌
진학반을 선택했지만
여전히 내가 가야할 길은 막막했습니다.
또다른 과제가 내 앞에 놓여있었습니다.
며칠전. 사법고시에 합격한
소아마비 남자들이 면접에서 탈락해서
사법연수원에 들어가지 못했다는
슬픈 소식은 나를 더 힘들게 했습니다.
예비고사 시험일자가 다가오지만
나는 불투명한 미래를 생각하면서
교정을 힘없이 바라보았습니다.
단지 10개월동안 준비하는데
이마저도 방향을 잃었구나.
무엇을 해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