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고사를 치루고 난 뒤

학원등록했다.

어느덧 예비고사 날이 다가왔습니다.

우여곡절이 참 많았지요.

화학과목이 개설되지 않아서

혼자 "현대화학"책을 구입해서

독학으로 준비했지요.


"지구과학"과목은 개설되었지만

가르칠 교사가 없었습니다

마침 교장선생님의 전공이 "지구과학"이라서

두개의 진학반 학생들을 한공간에

모아놓고 강의를 하기도 했지요.


국어(國語)와 고문(古文) 담당교사는

자신과 연결된 회사가 출판한

참고서 판매에 더 열정을 쏟기도 했지요.


인간이 무슨 짓을 해도

시간은 홀로 흘러가기 마련이지요.

어떤 의미에서는

시간이 흘러가는 속도만이

인간에게 공평(公平)하다는 생각을 했지요.


부자와 빈자, 강자와 약자, 남자와 여자

미(美)와 추(醜), 연령의 고저를 막론하고

시간은 도도하게 자신이 걸어가는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나아갑니다.


이 흐름과 맥을 같이하면서

예비고사 D-Day가

다가왔습니다.


가야할 진로를 정하지 못한 채

예비고사를 최선을 다해 치루었습니다.


한강변에서 바라본 도시하늘 by.R.G.Y.


시험을 치루고 집으로 왔습니다.

"잘 치루었니? 어때?

서울이 가능하니?"

기대가 섞인 질문에

나는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집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하지 않았습니다.


조용히 하루밤이 지났습니다.


어제와는 전혀 새로운

낯선 아침이 시작되었습니다.


"대학은 포기했으면 좋겠다.

도와줄 형편도 되지 않고.

대신 기술을 배웠으면 좋겠다.

종각에 있는 TV기술학원 등록했다.

새달부터 그 학원 다녀라."


의논도 아니고, 부탁도 아니었다.

단순한 통보였다.


"나는 왜 예비고사를 봤지?

나는 왜 진학반을 다녔지?

아니 상업고등학교를 다니고

학원은 TV전자계통이라니?

이는 무슨 반전(反轉)인가?"


나는 혼돈에 빠졌습니다.

내 적성도 상관없이.

아니 그렇다고 해도.

왜? 나의 의사를 물어보지도 않고.


하긴, 나의 의견이 중요하지 않았겠지.

내가 어떤 길로 가야할 지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아무 생각도 없었으니까.


그렇습니다

나는 무기력했습니다.

자기 사업을 하지 않는 한

(우리 가정 형편으로는 불가능했고)

대학이나 다른 회사에 들어갈 때

항상 "면접 (面接, Interview)"이

지체장애인이 넘을 수 없는 벽으로

기다리고 있었기에.


그러나 전자TV기술이

나를 도울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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