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발을 짚고 버스타는 일은 힘들어
이미 결정되어 있었습니다.
나는 허탈한 마음을 숨길 수 없었습니다.
"학원을 등록했다.
대학은 포기하자."라는
아버지의 결정의 뒤엎을 능력이
나에게 없었기 때문이지요.
어느 누구도 이 결정에 대하여
반론을 제기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 가정의 한계였구나.
또한 나 자신의 한계였습니다.
소아마비로 인한 장애에서 오는 한계
빈곤한 가정에서 겪는 어려움
소아마비 아들을 향한 아버지의 한계
그리노 나 자신의 무능력
어렸을 때 무릎에 어린 나를 앉히시고
"가갸 거겨 고고 구규 그기
아야 어여 오요 우유 으이.."
한글을 또박또박 가르쳐 주셨던 어머니가
그토록 생각났던 적은
또 없었을 것입니다.
이러저럭 시간을 보내면서
다른 친구들의 "대학입학"소식을 듣고
상고 동창생들의 취업소식을 들으면서
2월이 되면서
나는 목발을 짚고 버스를 타고
종로에 있는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저항할 동기와 기운도 없는 나.
그렇다고.. '나는 이것을 꼭 하고 싶어요!'라고
주장할 내용도 갖고 있지 못한 나."
이것이 바로 나 자신이었습니다.
목발을 짚고 학교를 다니던 내가
버스에 이용해서 종로까지 이동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내가 타야할 53번 버스가 다가오지요
나는 버스를 향하여 나아갑니다.
그러면 버스 기사는 나를 발견하고는
일부로 내가 다가갈 수 없는 거리에
멀짜감치 버스를 정차해서 손님을 태우고
그래서 버스를 타려고 하면
항상 내 몸을 숨겼다가
정차된 버스 앞에 나타나는
숨바꼭질을 반복해야 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버스를 타면
급정거(急停去)하는 버스 안에서
넘어지지 않는 처세술을
터득해야 했고요
버스 운전기사 뒷자리에 앉기 위해서
운전기사를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 철봉을 굳게 잡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려야 했습니다
승객이 자리에서 일어나기를.
이런 일을 어쩌다 한번이 아니라
매일매일 겪어야 하니
학원을 오고가는 일은
전쟁과 다름이 없었지요.
그러던 어느날
정차했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