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져버린 목발! 아아 학원가는 길

시내버스를 타고 돌아다닌 서울

목발은 너무 연약했습니다.

아니 시내버스 바퀴는 거대했습니다.

서서히 움직이는 버스는

안내양의 비명소리에 멈추었습니다.

아직 승객이 모두 탑승하지도 않았는데

왜 기사는 버스를 멈추지 않았을까요.


혹 목발을 짚은 나를 발견하고나서

내가 버스에 올라가는 것을

피하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요?


안내양의 비명소리에

기사는 버스를 멈추고 내려왔습니다

이미 버스 앞바퀴에 빨려들어간

목발은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이 순간에도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한뼘도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서

제자리에 서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처남 L.S.J.작품


승객 두어분이 내려와서

기사와 함께 저를 부축해서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기사는 "미안하다."는 말한마디 없이

버스운행을 계속했습니다.


나는 종로에서 하차해야 하는데

"어디로 가는가?

어디까지 가는가?"라는

물음도 없이

나는 버스에 실려 종점인 답십리까지

가야했습니다.


학원에 가야하는데.

내 머리 속에는 학원에 늦을꺼라는

걱정만이 가득했습니다.


종점에 도착해서야 비로서

기사와 안내양은 나에게 다가왔습니다.

"어디 다친 곳은 없는지?

이런 일을 처음 경험해서

미안하다는 둥.

어떻게 하면 좋을지."

걱정이 가득한 표정으로

나에게 물었습니다.

이 순간,

혹시 기사가 안내양에게 책임을 전가하면서

"안내양을 책망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나는 조금 했습니다.


"목발을 구입하는 곳은 어디인지?"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았습니다.

잠시후 기사는 나를 부축해서

택시에 태워서 신문로에 있는

보조기상사로 이동했습니다.


택시를 타고 가는 나의 심정은

좌불안석이었습니다.

지금부터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학원은 어떻게 되는가?

차에서 어떻게 내려야하지?

이분들은 나에게 무엇을 해주려고 하는가?


이런저런 고민을 하는데

택시는 신문로 보조기상사에 도착했습니다.


그분은 나에게 새로운 목발을

두세트 구입해주고는

나를 종로에 있는 학원에까지

택시를 이용해서 데려다주었지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순진했던 나는

정신적인 위로금, 보상금을

요구하기 보다는

"학원에 늦으면 안되는데."라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새로운 목발을 들고

학원으로 들어갔습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학교를 다닐 때 일찍 등교하던 습관대로

학원에 가는 것도 일찍 다녔었는데

이날도 목발사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업이 시작되는 시간 정각에

학원에 도착하게 되었지요.


돌이겨보면

매우 황당하고 황망스러운 일이었지요.


자치하면 목발이 아니라

제 온몸이 버스 안으로 빨려들어가

목숨까지 잃어버릴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사건이 발생할 수 있었겠지요.


단지 새로운 목발을 얻은 것으로

끝났기에 참으로 다행스러운

하루였겠지요.


목발을 짚고 버스를 이용하는 여정은

너무 많은 변수를

안고 있었습니다.


전자(電子)TV 학원.

상업계(商業系) 출신이

이공계(理工系)공부를 하는 일.

그래도 재미있고 흥미로웠습니다.

매달 시험을 치루는데

1등을 놓지지 않은 것을 보면

나의 적성이 이과인지 문과인지에 대해

혼란스러울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1년이 흘렸습니다.


성적이 우수한 그러나 목발을 짚은

학생을 외면할 수 없었던 선생님은

이력서 한장을 가지고 오라고

나에게 부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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