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내수공업(家內手工業)을 아시나요?

출퇴근도 없는 일을 시작하다.

어느덧 백수생활은 지속되었습니다.

어느 하루.

태양이 지루하게 변함없는 빛을

하염없이 땅위에 내리쬐던 그 날.

아버지는 나를 데리고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갔습니다.

결코 작지아니한 회사였습니다.

알고보니 팔촌(八寸)형님이 운영하는

회사였습니다.

버스를 두어번 갈아탔던 것 같습니다.


언젠가 얼굴을 본 것 같기는 한데

그분은 아버지를 향해 "삼촌"이라고

불렀습니다.

두분이 뭐라고 대화를 나누고는

그 형님은 다정하게 나를 대했습니다.

"이 제품의 부속품을 지원할테니까

조립해서 납땜질하고 소리가 나는지

검토를 해서 완제품(完製品)을 만드는 것인데

잘 할 수 있겠니?"


그 완제품은

확성기(擴聲器, Megaphone) 이라고

불리는 것이었어요.


이 제품 내부에는

호루라기 소리, 사이렌 소리, 확성기,

그리고 새소리 등을 낼 수 있도록

회로도(回路道)가 장착된

전자기판(電子機板)이 담겨있었습니다.


이 기판에 소위 저항, 콘덴서, 정류기 등

전자부품을 끼워서 납으로 연결하는 것이지요.

잠시 형님은 납땜의 정석을 시범으로

보여주셨습니다.


납땜을 잘했다는 것은

납땜을 한 후 얼굴에 대고 문질러도

아무런 느낌이 나지않을 정도로

면이 미끈하고 둥글둥글 해야합니다.

이런 납땜을 하기 위해서는

기술도 좋아야하지만

인두와 납이 좋아야합니다.

특 납에는 송진이 포함되어야 하지요.

당시 국산(國産)납은

별도로 송진을 묻혀서 납땜을 해야하고

일제(日製)는 송진이 담긴 납이 판매되어

하는 수 없이 일제납을 사용해야 했어요

인두(a soldering iron )도

국산은 고열(高熱)에 견디지 못해

마모(摩耗)가 쉽게 되어 닳아없어지는 대신

독일제는 아무리 오랫동안 사용해도

끄덕없이 원형이 유지되는 장점이 있었어요.


나는 부품을 잔뜩 가지고 집으로 왔습니다.

그 다음날 아침부터 일은 시작되었습니다,

그야말로 가내수공업(家內手工業)이

시작된 것이지요.

"참 좋다. 출퇴근(出退勤)도 하지않고

집에서 일을 시작하고 마치니

이 얼마나 좋으냐?"

아버지의 자조섞인 말에

나는 한마디 말없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며칠 지나지 않아 가내수공업의 진실을

깨달았습니다.

일을 나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온식구가 달려들어 함께 하게 되었다는

슬픈 현실이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지요.


눈을 뜨자마자 일이 시작되고

밥숟가락을 놓자마자 일은 계속되고

누나와 아버지는 퇴근을 하면

일에 참여하게 되고

밤늦게까지 일을 멈출 줄을 몰랐습니다.


한달 두달 이렇게 여러달이 지속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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