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뭘까?(10)

내 안에 소중한 가치를 발견하기

나는 유인물을 가지고 올라갔다.

내가 장담했지만, 과연 영어단어를 쉽게 외울 수 있을까?

100개를 외웠다고 했지만, 사실 30개도 버벅대지 않았던가?

조금씩 움츠러드는 자아를 부둥켜안고 한 손에는 영어단어가 담겨있는 프린트물을 바라보았다.


다시 암기하기 시작한 지 몇 시간째.

사용하지 않던 머리를 재가동시키려고 하니...어제보다 더 덜컹거렸다

사실 그동안 손가락과 눈동자만 얼마나 수고가 많았을까?


가끔 친구들과 만나서 여자아이들처럼 수다를 떠들었지만, 헤어지고 나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 흩으져버린 순간들이었다.

이제 기억하지 않는 일에 익숙해진 나의 두뇌에 무엇인가를 새겨놓으려고 하니 두통이 일어나는 것 같았다.


"형...뭐해? 영어공부해?... 와... 멋있다.."

인구의 눈이 보름달처럼 커졌다.

"형...나도 이곳에 와서. 중학교 영어 시작했더.. 원장선생님께서 나보다 아주 잘한다고하네..

나..어제 100점 밪은 것 알아?"


인구는 독백하듯이 이 이야기 저 이야기 하더니..눈앞에서 사라진다.


잠시 후에 동생 명철이가 다가왔다.

"형...형...왜이래...안하던 일을 하네?....공부를....공부하는 형...처음..봐..

와....나도 공부 가르쳐줘....짱인데!"


아니 이제 이틀밖에 되지 않았는데... 아니...나는 외워지지 않아서 미치겠는데...


그러나 한편으로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나는 다시 시작했다.


원장님과 약속한 시간을 어기고 말았다.

이틀이 지나서 다시 원장님께 찾아갔다.

"저.. 다 외운 것 같은데.. 사실 자신이 없어요."

원장님은 나를 보고 씨익하고 웃으신다.

"본래 사람의 머리는 오늘 100개 외우면, 내일은 50개를 잊어버린대.

모레는 80개를...그리고 1주일 되면 1,2두개 남는데.."

나는 이게 원소리인가 하고 귀를 쫑긋 세웠다.

"그러면 무엇하러..외워요.... 다 잊어먹는데.."

"그래서 매일 매일 외워야 해...그렇게 해서 나를 떠나지 않은 영어단어가 얼마나 많은데

명석이가 알고 있는 한글로 그렇게 해서 남은거야..그래서.. 매일...매일... 밥 먹듯이.. 숨을 쉬듯이.."


나는 원장실을 나왔다.

잊어도 실망하지 말아야 하고, 기억하지 못했다고 해서 자신감을 잃지 말아라.

그래서 매일 외우고. 그래서 매일 용기를 갖고... 그래서...매일...힘을 내고..그래서..매일..


어느덧 5개월이 지났다.

고등학교가 배정되었다.

비록 학교에 다니지 못하지만, 내가 가야할 고등학교가 결정되었다.

선생님은 나를 데리고 입학식에 참석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셨다.


"명석아...이제 고등학생이야."

나의 손에는 고등학교 교과서가 가득 들려있었다.


"선생님 그것 아세요. 제가 지금 중학교 2학년 과정 영어와 수학 공부를 하고 있어요."

선생님은 자신보다 훨씬 키가 큰 나의 어깨를 두드리신다.

"그럼 원장님으로 부터 들었지. 열심히 한다고..요사이는 동생들 괴롭히지 않는다고..:"


나는 "동생들이 괜히 나를 무서워하는 거에요..나는 괴롭히지 않아요."라고 큰소리로 말했다.

"그래 그렇게 큰 소리로 말하니 동생들이 무서워하지..하하하"하며 선생님은 말씀하신다.


"참 할머니 전화하셨어. 명석이와 명철이 잘 지내느냐고.. 당신이 미안하다고..너희들에게 정말 미안하다고..그리고 보고싶다고...내 소중한 새끼인데...라고 하시네..이제 할머니와 통화하면 어떨까?"


나는 기관으로 돌아오면서 곰곰히 생각했다.

사실 나는 뭘 잘했을까? 엄마가 아빠와 헤어지고 난 다음에...내가 한 일은....

나도 그다지 잘한 것이 없다는....

그런데. 지금 나에게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핸드폰이 없어도, 친구와 연락을 하지 않아도...별로심심하지 않는 하루 하루를...


내가 언제 부터 이렇게 공부하려고 했을까?

어제는 중학교 2학년 영어책을 읽어가면서 나 자신에 대해 놀랐다.

이런 모습이 진짜 내 모습인가?


나도 모르게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있는 나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고등학교에 가면..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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